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홀 Oct 09. 2024

천연의 빛

2024. 10. 9

무대의상을 잃어버렸다. 오늘은 발표 전 마지막 연습이었다. 원래 연습시간은 아침 10시부터 13시까지였는데 다음팀 연습이 오후 3시인걸 확인하고 점심을 거른 채 연습을 이어갔다. 나는 1시에 연습이 끝날 줄 알고 2시 약속을 만든 터라 양해를 구하고 먼저 나왔다. 약속시간에 임박해 나오느라 정신없이 달려갔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걸어갈 수 없어 택시를 겨우 잡아 늦지 않게 도착했다. 동생과 보기로 한 아파트를 구경하고 헤어졌다. 점심을 같이 먹으려고 했지만, 동생이 바쁘다고 하여 그냥 헤어졌다.


예상보다 일이 일찍 끝나 다시 연습실로 갔다.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부랴부랴 나온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연습실에 도착해서야 불현듯 카디건이 손에 없다는 걸 알아챘다. 처음엔 무대의상이기에 입고 연습하다 그냥 벗어둔 줄 알고 연습실 구석구석을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도 까맣게 기억나지 않았다. 카디건은 워낙 오래된 것이라서 그리 아깝지 않았지만 무대의상이라 난감했다. 극단 사람들은 택시에 놓고 내린 게 아니냐고 했지만 감도 잡을 수 없었다. 난처해하는 나를 보던 상대배우가 자신에게 하얀색 카디건이 있다고 그걸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제야 좀 안심되었다.

오후가 되며 먹구름이 끼었다(09:55, 14:39, 14:44)

카디건을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하늘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왼쪽사진은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색이 옅다. 물이 많이 섞인 듯한 파란색이다. 가운데와 오른쪽 사진은 빛 때문에 구름층이 여러 겹 쌓여 있는 게 보인다.

한글날 오후 하늘(14:48, 14:49, 14:53)

빛은 사물을 미화시키는 힘이 있다. 실제보다 더 아름답고 예쁘고 멋있어 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사진, 영상, 전시 등 모든 시각적 행위에 조명이 빠지지 않는다. 아무리 조명을 써도 자연광을 이길 수 있는 인공광은 없는 것 같다. 하늘만 보더라도 태양 빛이 비치는 위치에 따라 구름의 색과 모양이 달라진다. 아니 달라 보인다. 그렇게 저마다 달라 보이는 색과 모양은 고유한 힘을 가지며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자연광으로 만들어진 색, 모양(15:36, 15:42, 15:47)

실내보다 야외에서 자연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훨씬 더 예쁘게 나오는것도 태양이 뿜어내는 천연의 빛 덕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 여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