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났음에도 평소 속도로 출근 준비를 했다. 아침까지 잘 챙겨 먹고 집을 나온 시각이 8시 35분. 버스 정류장까지 뛰다시피 걸어가고 버스가 제때 온다면 지각하지 않을 시간. 하지만 버스가 좀 늦게 온다면 지각할 시간. 러시아워에는 택시 잡기도 어렵다. 앱으로 부르느라 멈출 시간에 걸어가는 게 낫다. 혹시라도 빈 택시가 보일까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재빠르게 걸었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거리의 딱 반에서 빈 택시를 만났다. 지각을 안 하겠구나 싶은 마음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탑승했다. 그런데 택시 안에는 일흔은 족히 넘어 보이고, 여든 살도 넘어 보이는 기사분이 계셨다. 택시가 천천히 달렸다. 기사님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운전을 하셨는데 처음에는 그 모습이 꾸벅꾸벅 조는 모습으로 보여 깜짝 놀라 룸미러를 봤다. 기사님 얼굴과 눈을 뚫어져라 봤다. 눈이 작으셔서 뜬 건지 감은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다행히 신호에 맞게 정지와 출발을 하셨고 차선 변경 하시는 걸 보고 조금 안심했다. 달리는 속도는 좀 느렸지만 지각할 정도는 아니어서 느긋해졌다.
쾌청한 하늘과 빌딩에 걸친 무지개 빛(08:54)
이틀을 쉬고 출근해서인지 일이 밀려있었다. 점심 전까지 줄곧 앉았다가 점심 이후 퇴근할 때까지 계속 앉아서 일했다. 모니터를 하도 봤더니 눈이 피곤했고, 자료 폭탄을 맞고 제거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빌딩 숲 사이 구름(13:35, 13:36)
밤 9시쯤 퇴근했는데 빌딩문을 열고 나가자 익숙한 공기 냄새가 났다. 겨울 끝, 봄이 왔음을 알리는 따스하면서도친근한 냄새. 계절과 맞지 않는 이 익숙한 냄새의 정체가 너무 궁금해졌다.
밝은 밤하늘(22:02, 22:10)
잠이 쏟아진다. 한의사는 이때 무조건 자라고 했다. 간이 회복하는 증거라며. 졸면서 쓰는 지금, 뭔 말을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