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에서 매월 연습실에서 공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명 월간 페스티벌. 줄임말로 월페.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신청하고 정해진 날에 단원들 앞에서 공연한다. 보통은 10분에서 30분 짧은 공연을 하는데 간혹 40~50분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연기수업을 같이 듣는 단원이 함께 공연해 보자고 제안해서 하게 됐다.
우리 극단은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아 극본을 자체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작, 연출을 한 단원이 맡았다. 극장에서 하는 공연이 아니고 연습실에서 하는 20분짜리 공연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공연은 공연이었다. 게다가 연출이 무대, 조명, 음악, 음향까지 정성껏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었다. 연기수업 때 배운 것을 적용하며 재미있었고 연습할수록 욕심이 났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연습량이 제법 많아졌다. 그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습했다.
드디어 오늘 공연 발표. 마지막 리허설을 위해 1시간 연차 내고 일찍 퇴근했다. 그저께 연출이 요청한 동선, 감정이 너무 많아 그걸 다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연출이 오늘 리허설을 보더니 많이 좋아졌다며 만족해했다.
저녁 8시, 공연시간이 다가오자 단원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연습실이라 긴장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무대는 무대였다. 무대에 오르기 전 살짝 떨리는 마음을 안고 시작했다. 20분 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게 극 중 인물이 되었다. 공연이 다 끝나고 커튼콜을 한 후 조명이 다 켜졌다. 단원들이 박수를 길게 쳐줬다. 단원들의 박수가 끝나자 침묵이 찾아왔다.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나는 좀 민망했다. 다들 어떻게 봤는지 궁금한데 선뜻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 단원이 "월페로 한 번만 하고 끝내기엔 아쉽다. 2공을 하라"라고 했다. 그제야 다들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칭찬을 많이 해줘 고마웠다. 비록 본 공연의 감정이 리허설보다 못해 아쉬웠지만 끝냈다는 기분은 또 후련했다. 뒤풀이를 끝내고 집으로 걸어오며 공연 장면을 복기했다. '그 장면에서 이랬으면 더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많이 묻어났지만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리액션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