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추운 느낌은 아니었지만 하늘이 잔뜩 찌푸린 날이었다. 얼굴을 구기면 주름살이 생기는 것처럼 구름이 꾸깃꾸깃 찌푸리는 것처럼 보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점심 먹고 잠깐 산책하려고 나선 길이라 몇 방울의 비 때문에 돌아가고 싶지않았다. 인사동까지 걸어간 김에 태극당에 들렀다. 오랜만에 점심을 같이 먹은 팀장이 모나카를 먹자고 제안했다. 태극당에 갔더니 원래 인사동에 있던 자리가 아니고 다른 곳으로 이전한 상태였다. 이전한 곳은 야외 좌석이 있어 예전보다 훨씬 멋진 분위기로 변모한 모습이었다.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구름이 찌푸려 주름이 생겼다(08:35)
태극당에 가면 모나카를 먹어줘야 한다. 이건먹고 싶은 마음보다 어릴 적 맛있게 먹었던 기억으로 먹게 되는 것이다. 그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에 연양갱이 있다. 초등학교 때 소풍 가서 먹던 양갱이. 마트에서 연양갱을 볼 때면 먹고 싶은 충동이 아니라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가끔 산다. 물론 맛있다. 양갱이를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서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하지만, 식품 진열대에 놓여있는 양갱이를 볼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건 어릴 적 너무 맛있게 먹은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기억이 먹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한다.
엄마는 어렸을 적 먹고 싶었지만 가난해서 먹지 못했던 동태 전을 제사상, 차례상에 꼭 올리신다. 동태 전은 좀 사는 집에서만 먹던 음식이라 늘 부러웠다고 하신다.
인사동 하늘, 태극당 야외 하늘(12:43, 12:49)
도시의 밝은 불빛, 오랜만에 보는 달(19:34, 21:54, 21:55)
맛있게 먹은 기억이든 먹고 싶었던 기억이든 추억의 맛은 세월이 많이 흘러도 그대로 뇌리에 남아 먹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켜 놀랍고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