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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Oct 19. 2024

쇼핑하기

2024. 10. 19

엄마와 아주 아주 오랜만에 쇼핑에 나섰다. 기온차가 커 복장이 애매한 요즘 입을만한 마땅한 옷이 없다고 하셨다.  엄마와 손을 마주 잡고 옆동네 옷가게가 줄지어 선 거리로 갔다. 엄마 손은 꽤 큰 편이고 손가락 마디가 굵으시다. 그래서 여리여리한 느낌보다 튼튼한 느낌이다.  물에 손을 많이 담가 본 손이다. 4남매를 키우시느라 집안일을 쉴 틈 없이 했어야 했던 손이다.  엄마 손은 따듯해서 손이 차가운 내가 만지면 왜 이렇게 차냐고 덥혀주신다. 그런 엄마의 손이 가끔 내 손보다 차가울 때가 있다. 아무래도 나이 드셔서 혈액순환이 잘 안 될 때가 있으신 것 같아 은근 걱정된다.


어렸을 적 단칸방에서 온 식구가 살던 추운 겨울날, 엄마 다리 사이에 내 발을 넣으면 그렇게 따듯할 수가 없었다. 엄마는 막냇동생을 품에 안고 누우셨고 나와 동생들은 한 이불을 덮고 엄마 등 뒤, 막내 동생 등 뒤에 누워 발만 엄마 다리에 올렸다. 맏이인 나는 엄마와 제일 동떨어져 누웠지만 엄마 다리에 발을 대려고 동생과 바짝 붙어 누웠다.  엄마 다리에 서로 더 많이 닿으려고 이불속에서 발싸움을 하면, 엄마가 우리를 서로에게서 떼어놓으셨다. 엄마를 중심으로 서로 멀찍이 누워 다른 방향에서 엄마 다리에 쉽게, 다툼 없이  닿을 수 있게 하셨다.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여든 살이 되신 엄마는 무채색보다 유채색 옷을 선호하신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보라색계열 옷에 손을 뻗으셨다.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는 옷을 입어보시며 얼굴이 환해 보이지 않냐고 물으신다. 무채색의 고상한 느낌은 없지만 확실히 환해 보이셨다. 경량패딩 옷을 사고 멜론을 두 개 사서 집으로 왔다. 바로 옆동네에 걸어갔다 왔을 뿐인데 무척 피곤했다. 엄마도 그러셨는지 8시부터 주무신다.


우리 동네는 먹구름이 낀 하늘이었는데 옆동네로 가면서 파랑 하늘색이 조금씩 드러났다. 하늘색은 역시 파란색이 마음을 탁 트이게 해 준다.

하늘은 역시 푸른색이 제격이다(14:11, 14:20, 14:25)
먹구름에 가리워진 파란하늘(14:27 14:3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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