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다 보면 관찰력이 길러진다. 꽃잎 하나에 수많은 색과 밝고 어두운 부분이 있는 걸 알게 된다. 언뜻 보면 보라색꽃, 노란색 꽃으로 보이지만 그 꽃을 표현하려면 노란색 물감만으로는 안된다. 색깔뿐만 아니라 꽃잎의 결, 모양을 위해서 붓의 크기와 모양을 잘 고르고 칠하는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 자연히 그려야 할 대상을 자세히, 자주, 오래 볼 수밖에 없다.
나태주 시인의 시구처럼 자세히 보고 오래 보게 되니 그 대상을 알게 된다. 돌은 이런 질감이구나, 바위에 비친 햇빛은 이런 느낌이구나, 장미꽃에 맺힌 물방울은 이런 모양이구나, 내 얼굴은 이렇게 비대칭이구나 등등.
관찰력이 부족했던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관찰력을 기를 수 있었다. 덕분에 그냥 흘려보냈던 많은 것들을 좀 더 오래 보게 되었다. 특히 사람들의 표정, 몸짓, 말 등이 나타내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워낙 감정적인 걸 잘 읽어내지 못하는 편이라 좋은 말로 "무던한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면은 "눈치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 예민한 사람보다는 좀 무던해서 어떤 사안에 과잉반응 하지 않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다. 하지만 눈치가 없어서 상대방이 어떤 마음인지 헤아리지 못할 때는 곤란하다. 이럴 때는 무던한 게 아니라 둔한 사람이 된다.
이제야 조금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볼 줄 알게 되었다. 내 위주로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며 기른 관찰력 덕분이다.
흐린 일요일 아침(11:45, 15:47)
보슬비가 잠깐 내리다가 곧 그쳤다(15:11, 15:16, 15:17)
수채화 물감으로 칠한 것 같은 하늘(17:22, 17:29)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친구와 비를 피해 카페에 들어갔다가 배가 고파 김밥집을 갔다. 먹다 보니 너무 많이 먹어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의도하지 않고 계획하지 않았는데 8 천보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