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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타임

2024. 11. 28

by 지홀

6시 10분에 퇴근했다.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정시 퇴근이 몸에 익지 않아 언제나 한 시간 정도는 더 있다가 퇴근한다. 오늘은 정시 퇴근 하리라고 어제부터 마음을 먹었다. 저녁에 운동하지 않는 날이고 약속이 없는 날이다.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시간. 마치 주말 끼고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연달아 쉬는 날을 기다리듯, 일주일 정도 휴가를 낸 듯 오늘 저녁 시간이 기다려지고 기대되었다.


나는 주기적으로 내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바쁜 일상에 치여 정리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날들이 많아지면 뭔가 마음이 붕뜨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한 사람처럼, 혹은 숙제를 마치지 않은 학생처럼 마음 한편이 늘 불편하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매일 일기를 썼다. 30대가 되면서 매일 쓰던 일기가 일주일에 서너 번이 되더니, 나이를 먹을수록 일기가 아니라 월기, 분기가 되었다. 그러다 1년에 단 며칠만 일기를 쓴 적이 있다. 같은 일기장을 3년 동안 쓴 적도 있다. 그때 책도 읽지 않았다. 음악도 잘 듣지 않았다. 바쁘게 일만 하고 살았다. 돌아보면 그 메마른 생활 때문에 더 불안하고 예민했나 싶기도 하다.


작년에 본격적으로 책을 다시 잡았고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매일 쓰지는 않지만 자주 쓴다. 내 속마음이 어떤지 글로 써서 읽어보며 내 치졸한 모습, 너그러워지고 싶은 마음 등 양가적이고 모순적인 나를 들여다보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하게 된다. 그제야 머릿속이 정리되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오늘 저녁 시간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머릿속이 정리되었으므로.

눈 내린 풍경(09:02)
점점 맑아지는 하늘(09:06, 11:38)
완전 갠 하늘(12:33, 13:25, 13:26)
파랑, 보랑 하늘(13: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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