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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조절

2024. 11. 29

by 지홀

운동 시작 후 먹는 양을 조절하면서 식당 밥을 반 그릇만 먹었다. 집에서는 작은 밥그릇에 삼분의 이 정도를 먹었다. 야채 위주 반찬을 많이 먹어 배고프지 않았다. 적게 먹다 보니 조금 먹어도 금방 배가 차서 괜찮았다. 어느덧 운동 5년 차 생활에 익숙해져 이대로 지속가능하게, 적은 양으로 잘 유지할 줄 알았다.


그런데 며칠 전, 운동 이전의 대식가 습관대로 아무 의식 없이 내 몫의 양을 다 먹고 있는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인지한 날은 '하루 정도 그럴 수 있지'하며 넘겼다. 한 끼 많이 먹었다고 바로 살찌는 체질이 아니니 다음부터 적게 먹으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주로 점심, 저녁 도시락을 싸가기 때문에 간식을 먹지 않는 한 먹는 양이 적절하다. 가끔 식당에서 점심 먹을 때 밥 한 그릇을 다 먹었는데, 운동을 하므로 감당할 수준이라고 믿었다.


어제 상갓집에서 저녁을 엄청 먹었다. 같이 있던 사람들 모두가 내가 많이 먹는걸 오랜만에 본다고 했다. 사람들과 얘기하며 별생각 없이 손이 가는 대로 계속 먹었다. 오늘 점심에도 위가 꽉 찬 걸 느꼈는데도 더 먹었다. 불고기, 순두부찌개, 두부 부침에 각종 반찬까지 깨끗하게 먹었다. 먹고 15분 정도 걸었지만 저녁까지 배고프지 않았다. 그런데도 저녁 도시락을 싸갔으므로 또 먹었다. 운동하는데 더부룩하고 트림이 나오려고 해서 힘들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많이 먹게 된 건지 의아했다. 이젠 먹는 양이 줄었다고 믿었는데 야금야금 늘어난 걸까? 천고마비의 계절이어서 많이 먹기 시작한 걸까? 아님 겨울이라 보온을 위하여 본능적으로 많이 먹는 걸까?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손이 가는 대로 놔두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뺀 뱃살인데 다시 찔 수 없다. 내 의지대로 뺄 수 없을 줄 알았던 복부다. 그런데 운동할수록 아주 미세하게 변화했다. 몇 년 지나고 보니 확 빠졌다.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을 망칠 수는 없다. 먹으면 배부터 찐다. 지금 뱃속에선 꾸르륵 소리가 난다. 위에서 장으로 넘어가 장이 움직이는 소리 같다.


다시 의식을 해야 한다. 조금만 먹고 배부르면 안 먹는 거로 의지를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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