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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Dec 01. 2024

뚜벅뚜벅

2024. 12. 1

뚜벅이들끼리 강화도에 왔다. 다들 운전할 줄 알지만 운전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차가 없다. 렌터카를 해야 할 곳이 아니면 웬만한 거리는 걷고 가끔 택시를 탄다. 각자 버스를 타고 12시에 강화터미널에서 만났다.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로컬 셰프가 추천한 카페에 갔다. 그림 전시를 하는 갤러리카페인데 한옥이어서 더 운치가 있었다. 이웃해 있는 한옥집들과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숙소는 카페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한옥이었다. 깔끔한 내부와 잘 꾸며진 실내가 우리 일행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5명이 지내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짐을 풀고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다는 전등사로 갔다. 얘기하며 주변 구경하며 걸어갔다.  전등사에는 보호수가 많았는데 280년 된 단풍나무부터 400년 된 느티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사찰안에 있는 카페에서 연근, 마, 팥으로 만든 연꿀빵과 연잎이 들어갔다는 연팥빵을 사고 오는 길에 특허김밥 집에서 꽁치 한 마리가 들어간 김밥을 샀다. 김밥 집 근처의 치킨집에서 치킨, 웨지감자, 떡볶이를 주문한 후 완전히 어두워진 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혼자라면 절대 걸을 수 없는 캄캄한 길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성능 좋은 스피커에 연결해 음악을 틀고 포장해 온 음식을 나눠 먹었다. 90년대 감성이 묻어나는 음악을 들으며 우리 젊은 날의 리즈시절을 회상해 보며 깔깔대며 웃었다. 오늘 걸은 걸음수가 14,000보를 넘었다. 피로를 풀기 위해 숙소에 있는 자쿠지에 물을 받고 다 같이 족욕을 하며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나는 대로 얘기를 이어갔다.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얘기부터 사회 이슈, 정치얘기까지. 다행인 건 정치성향이 비슷해 의견 충돌이 별로 없는 점이다.


우리의 얘기는 밤샐 기세다. 여행 온 이유가 오래도록 얘기하기 위함이니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즐겁다.

 강화도 한옥카페(11:54, 14:39, 14:43)
 흐렸지만 사진에 찍힌 하늘은 흐려보이지 않는다(15:44, 15:45)
숙소에서 본 하늘(15:52)
전등사에서 본 하늘(16:11, 16:21, 17:04)
전등사 하늘(17:0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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