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나와 맞지 않는 팀장들이 있다. 사고방식, 가치관, 일하는 스타일 모두 달라서 소위 코드가 맞지 않는다. 대표이사 혹은 본부장과 팀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밥 먹을 일이 있으면 바로 옆자리에 앉아 먹고, 얘기도 곧잘 한다. 하지만, 굳이 약속 잡고 만나는 일은 없다. 인간적으로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만남이 즐거운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업무적으로 성과를 더 잘 포장하고 싶어 아웅다웅할 때도 있고, 상대가 잘되면 배 아플 때도 있다. 각자 자기 팀에 과다한 업무가 떨어지지 않도록, 티도 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도록,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두 눈 크게 뜨고 귀를 쫑긋한 체 회사 돌아가는 분위기를 감지한다. 그러다가 상급기관, 혹은 외부 기관에서 우리 조직을 깎아내려고 하면 한 데 뭉친다. 내 팀 업무가 아니어도 함께 논리를 만들고 각자 아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한다. 한 배를 탄 우리가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서로의 장, 단점을 잘 알기에 외부환경에 대응할 방안을 더 현실성 있으면서도 조직에 피해가 덜 가는 방향으로 내놓고 결정하게 된다. 밉네, 곱네 해도 외부에서 온 임원보다는 내부에서 올라가는 임원이 조직을 위한 길임을 알기에, 나와 맞지 않는 팀장이라도 밀어준다. 소시민도 회사원이라면 대의를 위해서 나의 사사로운 감정은 접을 줄 안다.
여러 모습을 한 군상들이 모여있는 곳이 인간 세상이지만, 기본적인 상식과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이 세상이 삐그덕 대고, 뒤로 후퇴했다가도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일 테다. 역사의 한 페이지로 쓰일 어젯밤과 오늘. '도대체 그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