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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Dec 07. 2024

애처롭다

2024. 12. 6

오늘 달은 일찍 떴다. 오전 11시 43분에 떠서 오후 9시 54분에 진다. 초승달이다.


강화도 여행 갔을 때 아침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달인 줄 알았다. 하얀 모양이 구름에 가려지고 있어 빛이 보이지 않았다. "우와, 달이다!"라고 감탄하자 친구들이 비웃었다. "저게 어떻게 달이야?" 친구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구름에 가려졌던 태양이 바로 모습을 드러내며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엇, 해네!" 나는 머쓱하게 말했다. 순간 바보가 되었다. 낮에 뜬 달을 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해와 달도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이 버렸다.


오늘 낮에 뜬 달을 발견하고 월출과 월몰 시간을 확인하여 단톡방에 올렸다. 낮 달 사진과 함께. 강화도에서 헛소리한 건 아니라는 취지로. 너무 소심하거나 꽁한 사람, 아니면 집착이 강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염려되었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친구들도 월출, 월몰 시간에 관심 없기에 아침 달이 낯설 것 같았다. 그래서 알려주고 싶었다. 월출, 월몰을.


낯설기 때문에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있다. 알고 나면 이해할 수 있는데 잘 알게 되기 전까지 경계하고 종종 사실을 왜곡해 받아들인다. 익숙해지면 이해 못 하던 것도 이해하게 된다. 낯섦과 익숙해짐은 무엇으로 구분 짓는가? 나의 주관적 경험과 판단인가, 상대방과의 교류와 공감의 정도에 따라 정해지는 건가?


수 십 년을 알아온 사이,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기던 관계, 얼굴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로 익숙한 관계여서 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 같던  관계가 틀어진 걸 목격한다. 금이 가고 틈이 벌어져 서로에게 아주 낯선 사람으로 변해버려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사이가 된 사람들. 그간의 교류, 공감, 신뢰는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애초에 둘 사이에는 각자의 느낌과 주관적 경험으로 서로 익숙하다고 판단해 버렸던 것일까?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상대를 죽음으로 몰 수도 있는 아주 낯선 관계가 된 익숙했던 사람들을 보는 일은 인간적으로 애처롭다.

아직 남은 가을색 나무와 하늘(08:25, 08:43)
허여멀건하게 뜬 구름과 달(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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