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양팔꿈치는골절이었다. 인대나 힘줄 문제가 아니라 다행이지만, 양팔 모두 깁스를 해서 아주 일상적인 동작을 당분간 못하시게 됐다. 토요일에 다치시고 일요일에 팔이 점점 나아진다며 좀 움직이셔서 큰 문제 아닐 줄 알았다. 그런데 오른쪽은 3주 정도, 왼쪽은 6주 정도라고 한다. 양팔에 깁스를 하자 아주 옴짝달싹 하실 수 없다. 일어나고 먹고 옷 입는 모든 일을 도와드려야 한다.
어제는 병원 다녀오고 식사 챙겨드리는 등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휴가를 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엄마를 돌봐드리기 어려웠을 거다. 오늘은 재택근무를 하며 옆에 있을 수 있었다. 내일은 여동생과 조카의 도움을 받아 출근한다. 한 달 정도 엄마 옆에 계속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재택근무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듯하다.
평소 재택근무를 선호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아 운동량이 적고 씻지 않고 옷 갈아입지 않아도 되어 몸이 게을러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돌봐야 하는 가족이 있을 때는 시간 절약이 되어 좋다. 식사 시간에 맞춰 식사를 드릴 수 있고, 필요시 바로 대응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일을 등한시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사무실에 있어도 8시간 내내 집중하며 일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필요한 잡담, 티 타임 등으로 보내는 시간이 있다. 집에서는 그런 시간이 없어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이 더 길다.
문서가 드라이브에 있고 회사 그룹웨어에 접속할 수 있어 사무실과 다르지 않게 일할 수 있다. 코로나 덕분에 갖추게 된 회사 시스템인데, 코로나 시국이 끝났어도 재택근무 제도는 계속 운영한다. 나와 관계없는 제도라고 여겼는데 갑자기 이 제도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