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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

2024. 12. 27

by 지홀

회사가 조용하다. 많은 직원들이 휴가를 갔다. 크리스마스 이후로 쭉 나오지 않는 사람이 많다. 우리 회사만 그런 것 같지 않다. 출근길 버스에 사람이 없다. 아주 한산해서 앉아 갔다. 회사 로비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줄이 항상 길었는데 줄이 없다. 빌딩 내 다른 회사 사람들도 휴가를 간 것 같다. 여름휴가철, 명절 전후, 연말연시에 이렇게 도시에 사람이 없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맑고 싸늘한 공기가 느껴지는 하늘(08:42, 08:42, 08:58)

나도 연말에는 휴가를 갔다. 연차를 아꼈다가 크리스마스 전후로 3, 4일을 쉬었다. 하지만 30일, 31일은 항상 출근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혼자 있으면 집중이 잘되거니와 마치 휴일에 일하는 것 같아 마음이 느긋해지기 때문이다. 1년간 쓰던 업무 다이어리를 다시 들여다보며 새 다이어리에 옮겨 적어야 할 내용이 없는지 확인한다. 없으면 찢어 버린다. 책꽂이에 두고 있던 각종 문서를 꺼내 또 볼 필요가 있는지, 파일로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파쇄한다. 책상과 서랍을 정리하며 새해맞이를 한다.

푸른빛 도는 석양(16:50)

올해는 예기치 않은 엄마 병간호로 휴가를 크리스마스 이전에 다 썼다. 심지어 내년 휴가를 끌어다 썼다. 우리 팀 사람들도 휴가를 간다. 오늘도 다들 1시간, 2시간 연차를 내고 일찍 퇴근했다. 난 야근을 했다. 혼자 딱 집중해서 하려던 일을 끝내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다음 주 월요일, 화요일 30일과 31일엔 나 혼자 근무한다. 모두 휴가를 간다. 은근히 설렌다. 마치 근무일이 아닌 날 혼자 일하듯 아주 아주 여유 있게 집중하는 시간이 기대된다.

사무실에서 본 하늘(16:51, 17: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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