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을 활용해 엄마를 모시고 치과에 갔다. 내 잇몸 치료도 할 겸. 나간 김에 은행 업무를 봤다. 엄마가 거의 3주 만에 제대로 걷기를 하셨다. 처음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20분쯤 걸으니 힘이 들어간다고 하신다. 은행일을 다 보고 집에 다다르자 하늘 사진 찍지 않은 게 퍼뜩 떠올라 집 앞에서 성의 없이 두 컷을 찍었다.
1시가 넘었고 부모님 점심을 차려 드려야 하는데 밥이 없다. 점심시간이 지났으므로 재택이지만 그룹웨어에 접속해 일해야 한다. 메신저와 이메일에 답을 하는 사이사이 밥을 안쳤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보겠다는 욕심이 컸다. 제시간에 식사를 드시게 하고 나도 여유 있게 밥 먹고 일했어야 했다. 게다가 아침에 밥을 다 먹었는데 그걸 미처 생각 못했다. 밥만 차려드리면 되는 게 아니라 새로 밥을 하고 국을 끓여야 하는 상황이라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이 좀 넘치자 예민해졌다. 밥솥이 밥이 다 되었다는 말을 하자마자 밥을 먹자고 하시는 엄마에게 잠깐 기다리시라며 회사 일을 했다.
내심 반찬이 마땅치 않아 뭐라도 해서 드리려고 했는데, 엄마는 김치와 김만 있어도 된다고 하시며 얼른 먹자고 하셨다. 부리나케 팀 톡방에서 논의를 마치고 밥을 차리며 재촉하는 듯한 엄마에게 한마디 하고 말았다. 좀 기다릴 수 없는 거냐고. 엄마는 말없이 밥을 허겁지겁 드셨다. 마침 3분 짜장이 있어 그걸 데워 드렸더니 시장이 반찬이라고 엄마 아빠 두 분은 그거로 두 그릇을 드셨다. 엄마는 두 그릇째 밥을 드시다 말고 "이제야 배가 부르니 살 것 같다"라고 하셨다. 일하는 딸을 방해하지 않으려 배고픈 걸 꽤 참다가 밥 먹자고 하신 건데 얼마나 배고프셨을지 가늠하지 못했다.
나는 빨리 움직인다고 서두른다고 했지만 3시가 훌쩍 넘어 점심을 드시게 했다. 엄마 간호를 하면서 여전히 내 위주로 행동한다. 나도 배가 무지 고팠으면서 부모님의 허기를 중요하지 않게 여겼다. 배고픔을 참으면 또 견딜 만 해지는 그 시간이 흐르도록 일을 하며 시간이 그렇게 흐른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