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온 지 25년 차다. 근현대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19세기 중, 후반에서 20세기 초, 중반까지 살았던 역사를 보며 한 세기를 넘어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막상 내가 한 세기를 거치며 살아보니 많은 것이 변했지만 또 변하지 않은 듯한 일상을 살았을 것이란 걸 조금 알 것 같다.
수많은 문명의 이기, 온갖 인스턴트 음식이 새로 생겼다. SF영화로 보던 로봇, AI가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상상하지 못했던 신기한 기능을 가진 휴대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사람 간의 교류, 정서도 달라졌다. 대면보다 비대면 소통을 선호하고 전화보다 문자로 말하려고 한다. 그 문화에 나도 모르게 젖어 문자로만 한 시간 이상 할 때가 있다. 전화했다면 더 쉽고 빠르게 의사소통 했을 텐데.
같은 팀에서 바로 마주 앉은 직원과 이메일과 사내 메신저로 소통하는 게 자연스럽다. 예전에는 구두 보고를 먼저 하고 나중에 전자문서를 올리는 게 예의라고 여겼지만, 요즘은 굳이 구두 보고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문자로 먼저 말해도 충분하다고 여긴다. 어느새 나도 휴가계 정도는 미리 말하지 않고 그냥 신청서를 올린다.
이렇듯 많은 것이 변했음에도 일상이 비슷비슷하다. 가족, 친구, 지인들과 심적으로 상호 비슷한 정서를 나눈다. 음악 듣기, 영화, 연극관람 등 문화생활을 20세기와 별반 다르지 않게 한다. 20대 때 놀이터였던 종로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며 지나다닌다. 그 거리는 여전히 그때의 모습처럼 한껏 취하고 싶고 놀고 싶은 생기발랄한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2025년 새해.
새해 첫날이지만, 그저 휴일인 날로 보냈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희망찬 한 해를 보내겠다는 마음보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낸다는 마음으로 지냈다.
엄마가 다치신 이후 매일 국이나 찌개, 카레라이스 등으로 한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출근하고 나면 그 단품요리가 모자를 때가 있던 모양이다. 부모님이 김과 김치로만 식사를 하셨다고 하여 오늘은 반찬을 여러 가지 만들었다.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 냉장고에 채워 넣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