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6
오늘 오후에 눈이 올 거라는 예보를 알고 있었지만, 오전과 점심시간의 하늘을 봤을 때 눈이 올까 싶었다. 무지 추웠지만 하늘은 화창했다. 구름 없는 파란 하늘이었다. 점심시간에도 쾌청했다. 그런데 3시 넘어 눈발이 조금씩 날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큰 눈이 되어 마구 내렸다. 회의를 하며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힐끔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와~, 눈이 엄청 내려요" 다들 얘기를 멈추고 창문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늘이 보이지 않고 제법 굵은 눈이 내렸다. 다들 창가 근처에서 거리에 쌓이고 있는 눈을 보다 퇴근길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버스가 아니라 지하철을 타는 편이 나을 것 같은 날씨였다.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일을 하다 다시 창밖을 봤다. 눈이 어느새 그쳤다. 다시 파란 하늘이 좀 보이고 구름이 걷히는 중이었다. 서쪽으로 노을 지는 게 보였다. 정신없이 내리는 눈 때문에 낭만과 운치 보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길을 걱정했는데 노을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화로웠다.
야근 후 나오니 차량이 다니는 길은 거의 녹아 없었지만, 아스팔트 위의 일부 녹은 곳은 질척거렸고 그렇지 않은 곳은 얼어 미끄러웠다. 넘어질까 두려워 두 발에 잔뜩 힘주고 걸었다. 엄마가 넘어지시며 양팔을 다치셨기 때문에 괜히 더 조심스러웠다. 잘못 넘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충분히 겪었기에.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며 불현듯 올여름 더위가 걱정된다. 얼마나 많이 더울까 지레 걱정된다. 뉴스를 보니 저명한 기후학자 제임스 한센이 지구온도 2도 낮추기는 달성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45년에 2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며 빙하가 녹고 산호초가 없어짐에 따라 기후 재앙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겨우 20년 후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심각한 기후 위기에 처하는 때가 2050년이라고 들었는데 5년이 빨라졌다.
겨울이 춥지만 어렸을 적과 비교하면 그리 춥지 않다. 그때는 머리 감고 등교하면 머리끝이 바로 얼었고 코털까지 어는 게 느껴졌다. 빨래를 널면 얼었다. 고드름을 보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고드름을 볼 일이 거의 없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 겨울이 예전 겨울이 아니다.
온난화로 여름은 더욱 더워졌다. 밤에는 30도를 잘 넘지 않았는데, 2018년에는 밤에도 31도 가까이 되어 잠을 잘 수 없었다. 열대야라고 해도 창문 열고 자면 괜찮았는데 그 해부터 밤바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더위였다. 숨이 턱턱 막혀 힘들었던 여름이라 2018년이 유독 기억난다. 다음 해 봄에 에어컨을 샀는데 2019년은 그리 덥지 않아 정작 에어컨을 많이 틀지 않았다. 이후 여름 기온은 매년 상승했다. 올해도 그럴 것 같아 걱정된다.
뚜렷한 사계절이 점점 사라지고 동남아 기후로 변하는 우리나라 날씨를 붙잡고 싶다. 더 이상 변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