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7
팀장 저 연차 때 화가 난 민원인이 회사를 방문 한 적 있다. 담당직원이 응대하며 쩔쩔매는 걸 봤지만 앞에 나서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민원인을 달래는 일을 하지 않았다. 다른 일이 바빠 정신없는 양 슬쩍 뒤에 빠져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봤다. 그때 앞에 나서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심장이 콩닥거려 나서지 못했다. 배포가 없었다. 그 후로 오랫동안 비겁했던 내 모습이 한심하고 부끄럽고 담당 직원에게는 미안했다.
팀장 연차가 쌓이며 내공이 함께 쌓였다. 리더십 관련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현업에서 경험하며 어떤 팀장이 되어야 할지 갈피를 잡았다. 그중 신경 쓴 것은 책임지는 자세였다. 저 연차 때 뒤로 숨었던 일이 마음에 남아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마음은 여전히 콩닥거렸지만 내가 나서야 할 때 나서다 보니 조금 단단해졌다. 내 역할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이 용기를 내게 했고, 용기 내어 부딪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일이 잘 해결되지 않아도 최소한 뒤로 빠져 나몰라라 하지 않았음에 마음의 가책은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팀원이 일을 해결하지 못한 팀장을 우습게 보더라도 "내 뺀"사람으로 여기지 않기를 바랐다.
팀 성과가 나쁠 때 팀원의 역량과 경험부족, 외부요인으로 돌리기보다 팀장이 제대로 이끌지 못했음을 시인하고 팀원들에게 사과하기, 실수한 직원을 따끔하게 질책하더라도 윗사람에게 혹은 팀 외부에는 팀장이 잘못했다고 사과하기 등 함께 일하는 직원을 보호하고 중히 여기는 태도가 리더의 덕목임을 배웠다.
리더가 제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어떠해야 하는지 배우고 익히는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거다. 작든 크든 모든 조직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고민할 것이며, 더 나은 리더가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고민 따위 하지 않아 보이는 리더를 만나면 절망하게 된다. 일이 생기면 "내가 하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나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리더를 보는 마음은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