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8
두 달마다 만나는 모임이 있다. 다른 모임이 1년에 2, 3회 만나는 걸 감안하면 꽤 자주 만나는 편이다. 이 모임은 알고 지낸 지 오래되었지만 "절친"이라고는 할 수 없는 친구들로 구성됐다. 그럼에도 만나는 날이 기다려지는 모임 중 하나다. 매번 만나서 먹고 수다 떠는 건 같아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 맛있거나 유명하거나 오래되거나 이국적이거나 특이한 음식을 파는 식당 등을 찾는다. 때로 여행을 하고 쇼핑하고 다양한 일을 함께 하려고 한다.
올 첫 모임은 중국식당에서 했다. 1940년에 문을 연 노포 식당이다. 우리 동네에 있다. 사실 그 집은 호불호가 갈린다. 맛있다는 평가와 맛이 변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 거기에 너무 오래된 집이고 개보수가 안되어 주방 위생상태가 걱정이라는 소수 의견도 있다. 하지만, 친구들이 그 집에 꼭 한번 가자고 하여 좋지 않은 평가들을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먹어보고 각자 판단하면 될 일이다.
12시 땡 하고 모두 모였다. 이 모임 멤버들은 다들 약속을 잘 지킨다. 처음엔 요리 두 개에 각자 식사를 시키려고 했지만, 요리를 하나씩 다 먹어보자고 해 요리로 배를 채웠다. 전가복, 가지튀김, 유산슬, 탕수육, 고추잡채와 꽃빵을 먹었다. 모든 음식이 맛있다며 칭찬이 자자했고 특히 가지튀김은 소스와 고기가 곁들여져 맛있다며 밥 한 공기를 시켜 소스에 비벼먹었다. 5명이 배부르게 먹었다. 맛없다는 평가가 나올까 은근 걱정했던 나는 다들 만족한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소화시킬 겸 좀 걷다가 카페에 들어갔다. 디저트로 유명한 카페였다. 케이크를 자제하는 나는 중국음식을 먹은 마당에 케이크까지 내처 먹기로 했다. 그 카페에서는 차를 티팟(teapot)에 담아 주었는데, 카모마일 차를 마시니 속이 좀 씻기는 것 같아 연거푸 두 잔을 마셨다. 우리는 요즘 돌아가는 정세, 재테크, 신변잡기 등 각자 생각나는 대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었다. 이 모임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서로의 취향(?)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정치성향이 비슷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비슷하다. 알뜰하게 금융 앱 짠테크를 하는 것도 비슷해 서로 어떤 앱에 뭐가 있는지 알려준다.
Y가 우리 모임의 특징이 "수다 테라피"라고 했다. 처음 듣는 단어였는데, 수다 떨며 힐링하는 체험이라고 했다. 비록 서로 말하려고 듣기에 소홀해지는 문제점이 있지만, 그 와중에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서로를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경험을 한다. 다음 모임은 언제 어디서 할지 얘기하다 여행을 가기로 했다. J가 거기에 더해 독서클럽처럼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눠보자는 제안을 했다. 다들 선뜻 그러자고 했다. J는 신나 하며 평소 읽어보고 싶던 책을 말했는데 나도 읽으려고 했던 책이라 둘이 손뼉을 쳤다. J는 내친김에 매번 만날 때마다 독서토론을 하자고 했는데 K가 "난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야. 한번 정도는 할 수 있지만 매번 하는 건 힘들어"라고 했다. 그러자 가만히 듣던 E도 K의 의견에 동의했다. J는 이유를 납득하고 바로 철회했다.
서로가 원하는 걸 가감 없이 말하고 수용하고 이해하는 관계, 이 모임이 좋은 또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