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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표현

2025. 2. 9

by 지홀

후배 결혼식에 갔다. 결혼식에 같이 갈 후배와 식장 근처 카페에서 미리 만나 얘기하다 예식시간 10분 전에야 서둘러 일어났다. 축의금을 내고 식권을 받고 부랴부랴 입장했다. 신부 대기실에 들러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안내하는 직원이 곧 식이 시작되므로 입장해 달라고 했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입구에서 신부 부모님께 가볍게 목례를 하고 들어가려는데 나를 알아보셨다. "팀장님 아니세요? 딸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우리 딸 예뻐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하시며 신부 어머니가 내 손을 덥석 잡으셨다.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두 분 모두 하시며 연신 인사를 하셨다. 나는 깜짝 놀랐다. 후배가 내 얘기를 했다는 점도 그렇지만, 아마도 사진으로 보셨을 내 얼굴을 알아보셨다는 점이 놀라웠다.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빈 좌석이 보이지 않았다.


스몰웨딩이라 사전에 참석확인을 했다. 같이 간 후배와 나는 자리가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만석이어서 당황했다. 어디에 앉을지 몰라 서성이는데 신부 아버지가 오셔서 가족석에 앉아있던 아들 내외를 다른 테이블로 옮겨 앉게 하시고 두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나는 연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예상치 못한 환대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나를 돌아봤다. 이렇게 환대를 받을 만큼 내가 잘했을까?


예쁜 식장에서 아름다운 결혼식을 본 후 맛있는 식사를 하며 마음 한 편이 계속 불편했다. 신부, 신랑이 하객들에게 인사하는 시간, 내가 앉은 테이블로 온 후배가 신랑에게 "내가 존경하는 팀장님"이라고 나를 소개했다. 그렇게 말한 후배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신랑에게 축하한다고 웃는 낯으로 인사를 했지만, 정말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만큼 그 후배에게 잘한 것 같지 않았다.


특히 오늘같이 좋은 날 축의금을 다른 사람만큼 냈기에 더욱 그랬다.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이 컸다면 축의금을 더 냈어야 한다. 다른 사람과 구분될 만큼 많이. 더 하려던 마음이 없던 것도 아니다. 은행에서 찾은 돈을 봉투에 다 넣었어야 한다. 무엇이 행동을 막았는가. 순간적으로 돈의 노예가 잠깐 되었던 것이 분명하다. 수중에 돈이 충분히 있지 않으므로 아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던 거다. 사실 그 돈이 있든 없든 삶에 큰 영향 없다. 선물을 한다면 금액이 그 보다 더 커도 개의치 않고 할 수 있으면서 왜 현금에 그리 인색한 마음이 들었는지 아주 후회된다.


선물은 카드로 사므로 금액에 구애를 덜 받는다. 현금은 이상하게 전후좌우를 살피게 된다. 이렇게 쪼잔한 마음이 실망스럽다. 인색한 마음을 고치려 무던히 노력하는데, 또 이렇게 좋아하는 후배를 실망시키는 것 같다. 이 불편한 마음을 상쇄시키기 위해 선물을 해야겠다.

햇빛 따뜻한 날(13:05, 13:0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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