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10
버스정류장에 놓인 의자에 앉아본 일은 손에 꼽을 정도다. 무지 피곤한 날이 아니라면 서 있는 편이다. 무엇보다 옷에 먼지가 많이 묻어날 것 같아 피한다. 영하 날씨가 연일 지속되는 날, 정류장 의자에 사람들이 꽉 차게 앉아 있는 걸 봤다. 보통은 의자에 듬성듬성 앉아 있고 연세가 있으시거나 아주 어린아이들이 주로 앉아 있었는데,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었다. 한 사람이 버스를 타기 위해 일어났다. '아, 이게 온열의자구나!' 나도 성큼 앉아봤다. 엉뜨다. 엉덩이가 따뜻하고 차가운 손을 바닥에 내렸더니 온기가 전해진다.
날씨가 몹시 추우면 횡단보도 근처에 있는 은행에 들어가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린다. 전기히터가 머리 위에서 나오도록 설치한 곳이 있을 때는 그 자리 아래 선다. 추위 대피소가 있는 곳은 훨씬 더 따뜻하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버스정류장에 있는 스마트 쉼터는 휴대폰 충전이 가능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런 공공서비스를 볼 때마다 우리나라가 점점 좋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혹서기에는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 등에 그늘막이 설치되고 혹한기에는 온열의자, 추위대피소 등이 설치된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이런 서비스들은 선진국 못지않다. 나의 20대, 30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 복지국가가 되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코로나 시절에도 느꼈지만 미국, 영국 등이 부럽지 않은 사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그런데 요즘은 꽤 걱정된다. 이런 좋은 시스템이 지금 제대로 작동하는지, 앞으로도 잘 작동할 것인지 모르겠다. 의료계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정치 상황은, 20세기 근현대 역사에서 보던,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점점 빠져들어 가는 것 같다. 양극단으로 치닫는 갈등상황이 걱정된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던데, 갈등을 봉합하고 21세기 정서로 나라를 이끌 영웅이 짜잔 하고 나타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