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1
외부 기관에 심사를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팀장 업무를 한창 하던 때는 담당 업무와 유사한 일을 하는 기관에서 추진하는 입찰 제안서 평가에 많이 갔다. 연차가 쌓이면서 면접관으로 가는 경우가 가끔 생겼다. 요즘에는 제안서 평가, 자문회의 등도 있지만 채용심사를 하러 가는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면접관을 하기 시작한 지 어느새 15년 가까이 된다. 처음엔 팀의 계약직 채용 면접이었다. 단기 계약직 자리였기에 스펙보다는 함께 일하기 편해 보이는(팀에 잘 융화될 것 같은) 사람, 기본 업무 능력(컴퓨터 활용능력)을 갖춘 사람 위주로 채용했다. 면접관 교육을 받고 본격적으로 면접을 보기 시작한 건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부터다. 그때는 회사 규모가 작았기에 서류심사부터 팀장들이 나눠했다. 수백 명이 지원했기에 거의 100명씩 할당됐다. 처음에는 이 많은 서류를 언제 보나 싶어 이력서만 보려고 했다. 하지만, 곧 취업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자소서(자기소개서)를 썼을 지원자의 마음이 떠올라 전부 읽었다. 밤을 새웠다. 그때는 시스템이 잘 갖춰있지 않아 서류전형 통과라고 판단되는 사람을 엑셀에 정리했다. 이후 2차 필기를 거쳐 3차 면접에 온 지원자를 면접했다. 지금보다 자유롭게 질문했고 일명 압박질문도 했다.
요즘은 압박 질문을 하지 않는 추세다. 질문이 굉장히 정형화되었다. 어떤 기관은 지원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이유로 정해진 질문을 반복해서 하기를 원한다. 이 경우는 면접하는 재미가 없다. 지원자마다 이력, 능력이 다르고 답변도 다르므로 질문도 그에 맞게 바꿔서 하면 재미가 있는데, 앵무새처럼 반복해야 한다. 어떤 기관은 유연하게 질문을 조금씩 다르게 해도 된다고 하는데, 확실히 지원자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면접관은 기관마다 다르지만, 3명에서 5명 정도다. 1대 다 면접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지원자가 많은 경우 다대 다 면접을 한다. 지원자 1명씩 면접할 때 시간은 10분 정도, 다대다 면접인 경우 15분 정도가 많다. 면접관 초기 시절에는 10분이란 시간이 엄청 짧다고 여겼다. 회사에 맞는 인재라는 걸 어떻게 그리 짧은 시간에 알아챌 수 있나 의아했 다. 하지만, 의외로 그 시간이면 적합한 사람을 찾는데 충분한 시간이다. 첫 질문부터 파악할 수 있다. 지원자의 앉아 있는 자세, 말하는 태도, 의사 전달력, 업무 이해도와 지식, 순발력 등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면접관들의 평가는 대체로 일치한다. 지원자 평가를 아주 상반되게 하는 면접관이 간혹 있는데, 그 경우는 그 면접관이 정말 특이한 경우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보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 평소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을 뽑으려는 경우다.
지원자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면접장에서야 성별, 연령대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계약직 채용의 경우 경력을 경쟁력 삼아 지원하는 40~50대 중, 장년층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음을 실감하는 현장이다.
예전에는 무엇보다 나이가 많아서 일단 탈락시켰지만, 최근에는 일 가르칠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회사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 폭이 상대적으로 넓은 연령대를 선호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연령별로 할 일이 따로 있다는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연령, 성별 상관없이 그 일을 누가 더 잘할 것인가로 판단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
오늘 면접 심사 위원장 역할을 맡았다. 면접관 중 연장자가 심사위원장 역할을 많이 하는데, 내가 당첨됐다. 작년에도 면접관 중 나이가 제일 많아 위원장 역할을 한 적 있다. 이제 웬만하면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고령화 사회의 핵심 멤버로 흘러가는 중이다. 씁쓸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하지만 이렇게 흐르는 대로 잘 살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