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후진 싸움

2025. 2. 16

by 지홀

코로나를 기점으로 전 국민의 방송인화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대면으로 만날 수 없어 비대면으로 회의를 해야 하니 줌, 팀즈 같은 시스템으로 화상 회의를 했다. 코로나가 가장 심했던 2년 정도는 대학에서도 비대면 강의를 했다. 교수들은 학교에서 지원하는 강의 녹화 외에 별도로 마이크와 조명을 자체 구비하기도 했다.


나도 업무적으로 회의나 사례발표를 온라인으로 해야 하는 때가 많았다. 아니면 오프라인에서 발표하고 유튜브 채널, 자체 회사 채널 등으로 방송 송출을 했다. 생방송으로 1회성에 그치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다. 자료가 남지 않으므로. 그런데 녹화를 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다시 보기" 할 수 있도록 자료를 남기는 경우가 있다. 이때 초상권, 저작권 및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를 하는데, 회사 업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메라 앞에 섰는데 그 기록을 영구적으로 남기는 일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녹화물에는 내 모습을 남기지 않으려고 "동의하지 않음"에 표시한 적도 있다. 동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디지털 박제가 되는 걸 막을 도리가 없었다.


생방송은 내가 나를 볼 수 없어 괜찮다. 그런데 녹화된 것은 보게 된다. 손 모양은 왜 저러며, 고개는 왜 저렇게 삐딱하게 45도이며 서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가 눈에 거슬린다. 연예인이나 셀럽처럼 방송에 비치는 내 모습을 모니터링하고 고치려고 노력한다. 교수들이 자체 마이크와 조명을 구비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강의하는 사람의 내용에만 집중하는 편인데, 방송은 이상하게 그 외적인 것들이 눈에 더 들어온다. 옷차림, 헤어, 자세, 말투, 제스처 등. 업계에서 아는 분이 온라인으로 방송하는 걸 보며 타산지석 삼기도 했다. 코로나 시국은 아마도 일반인이 방송 메커니즘을 습득하고 이해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온라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메타버스가 큰 화두였다. 디지털 세상이 아날로그 세상을 압도할 것 같았는데 다행히 아직 그 시기가 급격히 찾아오지는 않았다. 다만, 온라인 세상의 경험과 오프라인 세상의 경험이 다른데 돈 많은 사람은 점점 오프라인 세상을 직접 경험할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디지털 세상에서 경험을 다운로드할 것이라는 말에 동의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인건비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대면 서비스는 그만큼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 카페,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하며 비대면 서비스를 받는 곳이 많아지고 있는 걸 보면,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가 오고 있다. 파인 다이닝이 비싼 이유는 단순히 셰프의 이름값, 음식 맛뿐 아니라 그 공간에서 받는 서비스 비용까지 포함되었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업무가 오프라인 중심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온라인 활동에 대한 부담감이 줄었다. 하지만 온라인 활동을 친숙하게 여기게 되었고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아주 낯선 일이 아니게 되었다. 디지털 세상으로의 진입이 좀 더뎌진 것 같지만 아주 없어질 세상은 아닌 것 같다.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세계는 우주를 향해 가고 있다. 인류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지, 암울한 SF영화에서 보던 대로 더 나빠진 세상으로 나아갈지 알 수 없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20세기 마인드로 장착한 일부 정치인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 욕심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흐린 하늘(12:12, 12:23)
구름의 변화가 느껴지는 하늘(14:35, 14:40, 14:45)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신입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