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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Nov 09. 2015

수면 내시경

기억 부재의 시간


침대에 눕자 간호사가 평소 아픈 증세가 있었냐고 묻는다. 소화가 안되어 2주 정도 잘 못 먹었다고 말하자, 간호사는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리고 손등에 꽂은 주사기에 약을 주입한다.

잠시 후 온몸이 떨려왔다. 춥지는 않은데 몸이 떨려서 주위의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알 수 없는 사람에게 몸이 떨린다고 했더니  그럴 수 있다며 간다.  

'무의식중이라도 몸부림치지 말아야지, 이빨로 마우스피스를 꽉 물지 말아야지, 구역질나면 그대로 꾸엑꾸엑 거려야지 하면서 긴장하지 말자, 마음을 편안히, 빨리 잠들자' 하며 주문을 외웠다.  


그렇게 온몸이 떨리고 그 떨림이 잦아들고 잠이 오는가 싶다가도 정신이 말짱함에 아~ 약이 듣지 않는구나,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고 수면 내시경을 한건데, 혈관이 얇다고 간호사가 내 양팔을 두드리고 짚으면서 겨우 손등에 놓은 주사기의 아픔을 참았는데, 고통은 고통대로 느끼다니...  내시경할때의 그 토할것 같고 짐승같은 모습을 자각해야 하다니... 이런 생각들로 뒤범벅이 된 채 얼른 잠들자고 주문을 외웠다.


약 기운이 퍼질때까지 대기하는 시간이 길구나 할 무렵,  간호사가 '일어나보세요' 한다.  난 '정신이 말짱해요' 라고 말하며 시키는대로 일어났다.  간호사가 이끄는대로 따라 갔더니  위 위축 뭐라뭐라하며 약처방이 있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라고 한다.  


"끝났어요? 기억이 없는데... 언했어요?" 했더니 주사놓고 바로 했단다. "정말요?"

"한 20분 누워 계셨어요."  기억이 전혀 없는데 진짜 검사를 한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세상에....수면 내시경을 하면 기억 못하는 걸 알았지만, 세번째인데도 또 놀랍다.


수면에서 깨어나 들은, 약국 가서 약을 사라는 말을 검진센터를 나와 전철타고 한참을 온 후에야 기억해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설명해 준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어 약 사는것을 미루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것도 같고,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심지어 내시경은 안하고 내가 말한 증세로만 약을 처방해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 치매에 걸린 사람의 증세이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한 행동을 인지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모르고, 그로인해 상호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알 수 없으며 타인이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 기억 부재의 시간.


이렇게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싫어 수면을 하지 않고 위 내시경을 받을까 고민했지만, 고통의 두려움이 기억하지 못하는 일보다 더 컸다.

그런데 또 기억을 못한 시간이 못내 궁금해진다.  


다음번에는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서 내시경을 할까? 아니,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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