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8
전철에서 연구직 채용 광고를 봤다. 남극 세종기지에서 연구 활동할 사람을 채용하는 내용이었다. 남극 세종기지에서 1년간 체류하며 물리, 해양, 기후 등을 연구하는 일인데 20대였다면 도전해 봤을 것 같다. 물론 관련분야 공부를 했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일 때문에 거주지가 아닌 다른 곳에 사는 걸 좋아한다. 하다못해 교육받으러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며칠씩 있다 올 기회가 생기면 너무 좋다. 공식적으로 혼자 있을 시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장 가는 것도 좋았다. 한창 많이 다닐 때는 1년에 5, 6번을 갔는데 일의 힘듦과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모든 일을 마치고 혼자 조용히 호텔방에 들어가 있는 시간을 즐겼다.
점을 보면 역마살이 늘 점괘에 나왔다. 그 점괘대로 20대부터 해외 여러 곳을 돌아다녔고 살아봤다. 지금도 어디론가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망설여지는 순간이 늘었다. 나이 들수록 혼자 가기 싫어지고, 비행기 타는 일이 겁나고 짐 들고 다니는 일이 힘들고 등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예전보다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혼자서 잘만 다니고 친구들에게 여행 가자고 먼저 말했는데, 갑자기 동력이 사라졌다.
작년에도 여동생과 10일 정도 여행 가려고 했지만 왜 그런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무언가 가지 말라고 잡아 끄는 것 같아 여동생과 조카만 다녀오라고 했다. 열흘씩 집을 비우자니 괜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불안증이다. 여행가지 않은 사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행계 모임이 3개 정도 된다. 덕분에 친구들이 여행 가자고 하면 마음이 좀 트인다. 내가 주도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가자고 하는 친구가 있어 따라가면 된다. 해외가 아닌 국내, 하다못해 호캉스를 간다 해도 좋다. 잠시 집을 떠나 있는 자체가 좋다. 혼행(혼자 여행)이 아니어서 혼자 있을 시간이 거의 없는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가끔 집을 떠나 돌아다녀야 기분전환되는 걸 보면 역마살이 있다는 점괘가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