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23
어제 신입 아카데미에서 기존 단원들이 화술, 대본분석 방법에 대한 강의를 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헷갈리고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 한글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무대에서 말을 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와 극 중 인물을 분석하는 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대사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발음이 정확해야 하고 소리 크기를 잘 조절해야 한다. 마이크를 쓰지 않는 소극장 공연을 하는 우리는 너무 소곤거리면 뒤에 앉은 관객이 들리지 않아 곤란하다. 그렇다고 큰 소리로만 말하면 감정, 상황을 잘 전달하기 어렵다. 발음은 무슨 말을 하는지 관객이 알아듣게 해야 하므로 무엇보다 중요하다. 프로 배우처럼 체계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관련 강의를 들으며 연습하고 책을 보며 공부하는 단원들이 많다. 이런 아카데미를 통해 자신이 습득한 걸 공유한다.
어제 강의 내용 중 발음연습하기 좋은 훈련법 소개가 있었는데 그게 '잰말놀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발음연습을 위해 자주 하던 방법인데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는 걸 넘어 뭐라고 부르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새삼 나 자신이 놀라웠다. 그냥 틀리지 않고 빠르게 말하기 연습인 줄로만 알았다. 사전을 찾아보니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빠르다는 뜻의 '재다'에서 나온 말로 빠른말 놀이라고 한다. 이런 말 들이다.
"우리 집 앞집 옆집 뒷 창살은 홑창살이고, 우리 집 뒷집 옆집 창살은 겹창살이다"
"팥빵 공장장 박콩씨는 팥빵보다 콩떡을 좋아하고, 콩떡가게 직원 홍팥씨는 콩떡보다 팥빵을 좋아한다"
"세종시 건축허가과 허가과장 허 과장은 허한 마음에 허허실실 웃었다"
대본 분석은 대본을 읽고 각 등장인물이 어떤 사람인가를 파악하는 시간이었다. 대본을 계속 읽다 보면 극 중 인물이 왜 그런 대사와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아주 여러 번 읽어야 그 의미와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편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극의 인상만 남는다면, 읽을수록 또 내가 그 인물이 되어 연습을 할수록 작품에 대한 애정이 더 솟아나고 연기하는 인물뿐 아니라 극 중 모든 인물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왜 대본에 다 있다고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느끼는 대로 연기를 했는데, 어제는 인물분석표에 아주 상세한 내용까지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 이렇게 세세하게 분석하면 인물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겠구나' 하고 또 한 수 배우는 시간이었다.
신입단원들은 아주 진지하게 수업을 들었고 선배 단원들은 매우 전문적인 내용으로 강의했다. 얼레벌레 극단에서 연차만 쌓이는 중이었는데, 이런 유익한 강의를 들어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