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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시

2025. 2. 22

by 지홀

"아쉬워 벌써 12시~

어떡해 벌써 12시네~

보내주기 싫은 걸~"

가수 청하의 노래처럼 밤 12시가 너무 빨리 온다.


주말에는 여러 일을 하기에 시간이 충분한 것 같아 매번 설레며 기다린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주말이 되면 계획했던 일을 다 하지 못한다. 읽으려던 책을 펼쳐 몇 쪽이라도 봤으면 성공이다. 어떤 때는 아예 책 펼칠 시간이 없다. 게으르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밤 12시다.


오늘도 아침 9시쯤에 일어나 1시간가량을 침대에서 뒹굴었다. 짠테크(디지털 폐지 줍기라고 불린단다)를 하고 브런치 작가 글을 읽었을 뿐인데 시간이 훌쩍 지났다. 서둘러 일어나 씻고 아점 먹고 싱크대와 욕실을 청소했다. 1시였다. 오늘은 극단 신입을 위한 아카데미가 열리는 날이다. 4시에 시작하므로 3시 30분까지 가야 했다. 2시간 남짓 남은 시간이기에 브런치에 21일 날짜로 올릴 글을 썼다. 서둘러 글을 마무리하고 극단 연습실에 갔다. 7시에 끝날 예정이던 아카데미가 8시쯤 끝났다. 참석자 중 뒤풀이에 갈 사람은 가고 나는 연습실 뒷정리를 한 후 집으로 왔다. 늦은 저녁을 먹고 씻었을 뿐인데 밤 10시였다. 오늘자 글을 오늘 올릴 수 있겠구나 싶어 잠깐 여유를 부렸다. 인스타 피드를 보고 브런치 글을 읽다가 11시가 되었다. 시간이 금세 흐른다. 서둘러 글을 쓰다가 졸았나 보다. 휴대폰 위에 멈춘 손가락이 자판을 눌러 이상한 글이 화면에 있다. 무슨 말인지 모를 단어들을 지우고 쓰려던 내용을 타이핑했다. 그러다 또 잠들었나 보다. 애써 쓴 글이 다 지워져 있었다. 손가락이 스페이스 바를 터치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지났다. 왜 이렇게 밤 열두 시는 금방 오는가?!


토요일의 계획은 이랬다. 8시쯤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동네 카페에 간다. 카페에서 읽던 책을 완독하고 브런치에 21일 자 글을 쓰고 극단 연습실에 간다. 다녀와서 22일 자 글을 올린다. 계획 중 이룬 것은 21일 자 글을 올린 게 전부다. 결국 22일 자 글을 일요일에 올린다.

전선을 피할 수 없는 동네 하늘(15:39, 15:43)
조명이 눈부신 하늘, 고요함이 느껴지는 하늘, 별 하나가 반짝이는 밤하늘(20:14, 20: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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