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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내기

2025. 3. 4

by 지홀

좋게 말하면 집중력이 좋은 거다. 안 좋게 보면 의지가 약한 거다. 의지가 약하면 중독에 빠지기 쉽다.


어려서부터 TV를 보면 엄마가 옆에서 뭐라고 하시는지 못 들었다. 중학교 때부터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밤새 읽었다. 회사에서 일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흐른다. 어떤 날은 출근해서 점심시간까지, 혹은 점심 먹고 들어와서 퇴근할 때까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적도 있다. 기본적으로 엉덩이가 무겁다. 그래서 뱃살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한 건 아니었다. 다만 집중력이 좋은 편이라고 자신한다. 책이든 인스타든 브런치든 읽기 시작하면 몇 시간을 계속 읽는다. 귀가 후 씻기 전 잠깐 둘러보려고 옷도 갈아입지 않고 서서 보다가 어느새 스르륵 의자에 앉아 두, 세 시간 우습게 읽는다. 그럴수록 점점 씻기 싫은 마음이 강해져 의식너머 저편에서 두 마음이 싸운다.

눈오는 하늘이 컴컴하다(08:51, 08:52, 13:02)

'그만 멈추고 얼른 씻고 봐'

'아~너무 씻기 싫어. 쫌만 더 보고'


글자나 사진, 영상을 보며 재미있고 웃긴 감정을 인식하는 동시에 '그만 멈추어야 되는데' 하며 멈추지 못하고 본다. 어느 날은 밤 12시를 넘긴다. 씻기 귀찮다고 침대에 그냥 눕는 경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늦어질수록 잘 준비하는 시간을 들이느라 더 피곤해진다.

낮이어서 그런가. 눈이 와도 조금 밝아진 하늘(13:02)

뭔가를 보려고 손에 들면 바로 집중한다. 책은 손에 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지만 휴대폰으로 볼 수 있는 콘텐츠는 접근성이 좋아 바로 접속하고 집중해서 본다. 잘 움직이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목이 아프고 손이 뻣뻣해지고 무릎이 아플 때도 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멈춰야 하는데 잘 못한다. 끊어내는 의지가 약하다. 떨쳐내지 못한다. 연애도 그래서 늘 질척이는 건 나였다.


"딱 멈춤" 상태를 잘 만들지 못하는 나는 가끔 중독자가 되기 쉬운 기질을 타고난 게 아닐까 의심한다. 의지가 약하니 한번 빠진 것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쉽게 손 털지 못하는 이런 현상은 중독으로 가기 쉬운 길이다. 뭐든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 과유불급이다. 적당히 즐기고 적절한 때에 물러나야 한다. 머리로 아는 걸 행동으로 옮길 수 있기를, 매일 시험에 들며, 다짐한다.

눈이 그치고 저녁이 찾아오는 하늘(17:19, 17: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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