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5
"목소리가 왜 그래요? 좀 가라앉았네요?"
태국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K팀장이 물었다.
"감기 들려나 봐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K팀장은 빨리 항생제를 먹으라고 했다. 요즘 감기가 많이 아프니 초기에 약 먹으라는 말이었다.
지난주부터 목이 아프고 입안이 건조했다. 그러다 목 안이 간질거리며 기침 나기 시작했다. 기침은 밤에 더 심했다. 수면시간이 부족해서라는 이유를 알기에 비타민 먹고 홍삼 먹고 물 많이 마시며 더 나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수면시간을 채우기 위해 매일 아침 다짐했다. '오늘은 10시에는 잔다'
하지만 집에 가면 '늦어도 11시에 자자'라고 되뇌었다. 다짐은 11시를 가뿐히 넘겼고 12시가 다가올수록 '이것만 이것만'하며 잘 시간을 연장했다. 그렇게 미루다 새벽 2시에 잠들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건 당연하고 컨디션이 좋을 리 없다. 월요일, 대체휴일에 모처럼 늦잠을 잔 탓에 컨디션이 좀 회복된 듯했다. 그러나 또 그날 밤부터 졸린 눈을 비비며 12시를 넘겨 잤더니 결국, 오늘 아침 약간 오한마저 느껴졌다.
"내가 만든 병이에요. 잠을 안 자서 이렇게 됐어요" 나는 감기 증상이 생긴 원인을 나라고 설명했다.
"무슨 말이에요?"
"잠을 안 자 그래요"
"뭐 하는데요?"
"웹소설 보느라요. 너무 재밌어서 계속 봐요"
"아아~그거 회귀, 환생이 기본이라던데. 그렇게 재밌어요?"
"하하하하 그렇죠. 지금 읽는 건 회귀, 환생 얘기는 없어요. 근데 판타지죠. 남주인공이 마력을 쓰니까. 어젠 읽다가 울었어요"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태국식당에 도착했다.
중독이다. 웹소설, 웹툰 중독.
웹소설이 웹툰으로 나오면 다 아는 내용인데도 웹툰을 본다. 새 웹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못 끊어내는 자신을 너무 잘 알아서 웹툰으로 만족하는 거다. 연재 중 웹툰의 새로 올라오는 회차를 한편 씩 보다가 이미 본 회차를 다시 보기도 한다. 소설, 그림으로 여러 차례 본 것이라 중단하기가 조금 괜찮다. 그러다 지난주에 결국 새로운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멈추기 곤란하다. 한참 읽다가 새벽 시간임을 확인하고 죄책감에 힘겹게 손을 놓는다. 이 정도면 중증이다. 중독이다. 하루에 한 번 네이버 시리즈에 들어가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