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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

2025. 3. 9

by 지홀

"너랑 임금피크제 얘기하다가 나도 회사에 확인했잖아. 우린 25%를 깎는단다. 대신 주 10시간이 빠진대"


근 1년 만에 만나는 친구가 지난번 문자로 나눈 '임피제(임금피크제)'에 대해 말했다.


"25%라니! 갑자기 현타가 오는 거야.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건지 고민했잖아"


퇴직이 먼 나라 얘기인 줄 알았는데 곧 닥칠 일이다. 회사 다니기 싫어 이직을 고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저절로 회사를 나갈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더 이상의 직장생활은 하지 말자는 정도다. 정작 퇴직 후 생계에 영향을 받는다면 어디라도 취직하려고 애쓰겠지만, 현재 계산으로는 아르바이트 형식(좋게 말해 프리랜서, 프로젝트 업무)의 출,퇴근이 자유로운 일을 선호한다. 그게 마음대로 될지는 미지수지만. 그에 비해 전업주부로 있던 친구들은 좀 구체적으로 미래를 준비한다. 주로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한국어 교원 자격증, 공인중개사 등을 공부하고 자격증도 술술 잘 딴다. 한 친구는 그 어렵다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한 번에 통과했다.


아마도 우리 세대가 대학 진학을 많이 하게 된 세대일 거다. 그만큼 사회진출을 많이 했다. 육아문제로 중간에 회사를 관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학동창 중 회사를 다니지 않았던 친구는 없다.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의 도움으로 회사와 가정을 잘 병행할 수 있던 친구들은 지금도 회사에 잘 다닌다. 덕분에 자수성가했다.


후배 팀장이 자신은 자수성가한 경우라고 했다. 학교 다닐 때 그 흔한 학원, 과외 한 번 다니지 않고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재산 없이 처자식 건사하고 살고 있다고. 자신이 대견한 듯 말하는 후배 말에 맞장구를 쳤다. 훌륭하다고 말해주며 나 자신 또한 기특했다. 부자는 되지 못했지만, 내 앞가림하고 살 정도면 자수성가한 거다.

하늘에 구름이 진하게 떴으면 좋겠다 (12:3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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