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0
나는 내향적이고 모든 일에 진지하다. 농담을 좋아하지만 농담을 잘할 줄 모른다. 20대~30대 때는 재미있는 얘기를 메모하고 기억했다가 써먹은 적도 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남이 하는 얘기는 재미있는데 내가 하는 얘기는 내가 들어도 맥이 빠졌기 때문이다. 대신 우스갯소리를 심각하게 받지 않으려는 노력을 했다. 가끔 유머인지도 모르고 정색하는 경우가 있어서 최소한 발끈하지 않으려고 했다. 선망의 대상 중 하나가 유머를 잘하는 사람이다. 심각한 순간에 재치 있는 언어유희로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사람이 부럽다. 간혹 그 시도가 분위기를 더 험악하게 만들 때가 있지만, 대체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농담을 잘하는 것과 재치 있게 풍자를 잘하는 것은 조금 다른데 진짜 고수는 풍자를 잘하는 사람이다. 촌철살인에 가까운 비유로 사람 속을 시원하게 뚫는다. 답답했던 마음이 그 한마디에 확 뚫리며 한바탕 웃게 된다.
예능을 다큐멘터리로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역시 잘 되지 않는다. 일상이 그러니 글도 아주 진지하고 심각하다. 오늘 "나는 왜 이렇게 기분이 언짢은가?"에 대해 쓰려고 하다가 관뒀다. 그에 대해 쓰자니 상황을 복기해야 하고 복기하다 보면 기분이 더 안 좋을 것 같아서다. 대신 밝고 즐거운 얘기를 쓰려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되짚었는데, 그다지 신나는 일이 없었다. '뭐 신나고 즐거운 일이 매일 일어나는 건 아니니까'라고 넘겨보지만, 늘 즐겁게 사는 사람도 있으니 핑계대기엔 역부족이다.
아! 맛있는 점심을 먹은 일이 오늘 하루 즐거운 일이었다. 승진한 팀장들 점심을 사신다는 선배를 따라가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었다. 좋아하는 가지튀김, 흑임자에 버무린 무생채, 더덕구이를 아주 양껏, 맛있게 먹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산책하며 하늘 사진을 찍었다.
기분 좋은 일을 쓰니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