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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효용

2025. 3.11

by 지홀

회사생활 내내 점심시간은 언제나 12시에서 1시였다. 가끔 일 때문에 더 일찍 먹거나 아주 늦게 먹는 경우가 있지만, 배꼽시계가 12시면 울린다. 오늘은 늦을까 봐 회사에 출근해서 아침을 먹었더니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았다. 12시 즈음은 식당이 제일 붐빌시간이고 딱히 약속도 없어서 1시 넘어 나갔다. 한식 뷔페를 하는 식당이 무척 한가했다. 그전에는 한참 줄 서서 먹었는데 바로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좌석이 많아 급히 먹고 일어날 필요가 없었다. 느긋하게 씹으며 음식을 음미했다. 도토리묵, 삶은 닭고기가 맛있었다. 오징어는 물렁거려서 오징어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국물보다 건더기를 먹는 편인데 미역국 건더기가 많아 실컷 먹었다. 은근히 배불렀다. 게다가 점심을 공짜로 먹었다. 걸어서 얻은 포인트를 썼다. 걷는 포인트는 손목닥터 9988 앱이 최고다.

점심을 늦게 먹고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13:12, 13:13, 13:50)

점심을 천천히 먹고 났더니 40분이 흘렀다. 근처 카페에 들러 멜론 주스를 마셨다. 그 카페에 생과일 주스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몇 번 갔던 곳인데 늘 차만 마시느라 미처 몰랐다. 앞으로 과일주스를 마시러 자주 가려고 한다. 주스를 들고 사무실까지 천천히 걸었다.


점심을 12시에 먹든, 1시에 먹든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출근과 퇴근시간만 지키면 그 사이 시간은 내 재량이다. 오전에 업무 인계를 하고 오후에 발표자료를 만들어 보냈다. 여러 기관이 한데 모여 우수사례 발표를 하는데 내가 맡았던 업무를 발표하기로 했단다. AS차원에서 했다.


더 이상 나의 효용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쓰임을 다하고 동그마니 남은 모습이 낯설다. 그래도 환경의 동물이니 시간이 지나면 잘 적응할 거다.

확실히 낮이 길어졌다. 초저녁부터 달이 아주 환하다(18:31, 18:4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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