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7
일교차가 무척 심한 날이다. 낮에는 더웠는데 4시가 넘어서자 바람이 거세고 추웠다. 2시간 연차를 내고 일찍 퇴근했다. 동네까지 걸어가려고 했는데 걷다가 중간에 안경을 바꿔 끼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 컴퓨터 모니터링용 안경을 그대로 끼고 퇴근한 거다. 밤에 연극관람을 할 계획이라 멀리 볼 수 있는 안경이 반드시 필요했다. 귀찮았지만 도로 사무실로 돌아가 안경을 바꿔꼈다. 그러느라 약속시간에 바듯이 맞출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탔다. 걷다가 1등 로또 당첨이 많이 되었다는 복권방에 들러 로또를 사려고 했는데 아쉽다.
동생이 이사하고 싶어 해 같이 집을 보러 갔다. 부동산 사장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차문을 닫을 때 내 오른쪽 엄지 손가락을 차 문 안쪽에 대고 있던 모양이다. 문을 쾅 닫았는데 엄지손톱이 끼였다. 너무 아파서 왼손으로 오른 엄지를 부여잡았다. 눈물이 쏙 나올 뻔했다. 손톱 밑에 멍이 들었다. 다행히 손가락 뼈에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매물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약국으로 달려가 손톱을 보여줬다. 손톱이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통증완화 스프레이를 뿌리고 붕대를 감아주셨다.
덜렁대는 편은 아닌데 혼자 괜히 잘 다친다. 화장실 문에 새끼손가락을 끼여 다친 적이 있고, 꽉 닫히지 않은 문에 안경이 부딪혀 광대뼈에 멍이 든 적도 있다. 집에서 식탁 의자에 발가락을 찧거나 종이에 손을 베이는 일은 다반사다.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매년 "신춘문예 페스티벌"이 열린다. 극단 선배가 배우로 참여하는 공연이 있어 보러 갔다. 밤 9시에 하는 공연이지만 50분짜리여서 볼만했다. 1시간 넘는 공연이었다면 피곤해서 앉아있기 힘들었을 것이다. 공연장에서 극단 사람 여럿을 만났다. 티켓파워 있는 선배라고 농담하며 이렇게 멋진 극장의 무대에 서는 선배를 다들 부러워했다. 관람 후 몇몇 장면을 이해하기 어려워 같이 관람한 연기 전공자에게 물어보니 명쾌하게 알려준다. 연극적 상징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딱 보고 이해하다니, 역시 전공자였다.
연극은 사람과 세상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사람의 고유한 각양각색의 기질, 처한 환경, 결핍에 의한 심신의 장애를 이해, 수용하는 과정을 거쳐 깨달음을 얻는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사람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과정이다. 20대부터 연극을 봤지만, 사람에 대한 공부는 연극에 직접 참여하면서 배워가는 중이다. 희곡을 읽고 또 읽다 보면 인물이 왜 그 말과 행동을 하는지 알게 된다. 동기와 심리를 이해하면 잘 표현할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예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사회생활하며 알게 된 것들도 있지만, 그림과 연극으로 관찰력을 키운 덕택이기도 하다. 나이 들어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