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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획

2025. 3. 28

by 지홀

차 문에 찧은 엄지손톱이 새벽에도 욱신거려, 아침에 정형외과에 갔다. 뼈가 다친 것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봤다. 엑스레이를 찍은 결과 역시나 아무 문제없었다. 진통소염제를 일주일 치 받아왔다. 오른쪽 어깨가 아픈데 이 약을 먹으면 그것도 좀 나을 거 같다.


극단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으나 단원이 된 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올해 임원진으로 활동 중이다. 극단 대표와 임원진은 임기가 1년으로 무보수 자원봉사다. 막상 임원진이 되고 보니 티 나지 않는 여러 일들을, 그간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며 운영했구나 싶다. 물리적 공간인 연습실을 관리하는 것부터 각종 행사(신입단원 모집, 아카데미 운영, 정모, 모꼬지, 월간 페스티벌 등), 공연 프로덕션 관리 등 손이 가는 일이 많다. 거기에 단원들의 각종 건의사항, 불만사항 등을 처리해야 한다. 본업이 있는데 회비(임원진은 50% 할인해 준다) 내면서 극단 운영을 한다.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연극을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연차 쌓인 단원은 의무적으로 임원진 활동을 할 필요를 느꼈다.

개나리가 폈다. 봄날의 평화로워 보이는 하늘(09:26, 09:29, 09:30)

올해로 극단 창단 20주년이다. 기념하자는 의견이 있어 가을 정기공연을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하기로 했다. 임원진 회의에서 기획담당이 극단 정례 공연이 1년에 5회인데 그걸 다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당연하다. 각 공연마다 기획이 따로 있어야 해당 공연을 잘 챙길 수 있다. 그럼 20주년 공연은 누가 기획할 것인가? 마침 나는 극단의 연차가 쌓이며 연극공연 기획을 어떻게 하는지 배워보고 싶었다. 내가 손을 들자 다들 박수를 치며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팀원은 단원들의 지원을 받아 꾸려야겠지만, 어떤 공연을 준비할지 연출과 작품은 어떻게 선정할 건지 등을 기획하기로 했다.

해일이 덮칠것만 같은 느낌의 구름(09:33)

기존에 기획을 했던 단원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에 떠도는 연극공연 기획서 양식을 찾아보고 관련 내용을 읽어보며 기획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대략 알았다. 20주년 기념공연 기획서를 쓰며 제일 중요한 기획의도를 고민했다. 기획자의 의도가 명확해야 그 방향으로 갈 수 있으므로. 개인적인 욕심은 완성도 높은 공연을 해보는 것이다. 프로배우 뺨칠 정도로 연기가 출중한 공연을. 연습하면 된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느냐의 문제일 뿐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간 극단의 공연은 단원들만 만족하는 공연이 많았다. 관객은 모두 지인들 이어서 혹평이 별로 없고 못해도 그냥 이해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20주년은 관객이 감동하는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 사적 마음을 담아 기획서를 만들었다.

그저 고요함이 느껴진다. 우주를 유영하는 것처럼 (10:22, 10:24)

4월부터 기획서 초안을 임원진과 논의하고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작품과 연출을 선정하고 오디션을 통해 배우 캐스팅을 확정해야 한다. 9월까지 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 것 같아 힘들 것이 예상되지만 신난다.


"기획의도에 맞는 멋진 공연을 할 수 있기를,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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