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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실험

2025. 3. 31

by 지홀

지난주에 정기 피검사를 했다. 고지혈증 약을 2일 혹은 3일에 한 번씩 먹어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었던 지난 10월의 건강검진 결과 이후 처음이다. 수치가 어떻게 나올지 무척 궁금한 마음으로 2시간을 기다렸다. 우리나라는 의료체계와 기술이 잘 갖춰진 나라다. 다른 나라는 피검사 결과를 알려면 수 일이 걸리는데 우린 2시간이면 된다. 진료시간보다 2시간 먼저 채혈하고 기다리면, 진료시간에 의사와 그 결과를 놓고 상담할 수 있다.


결과는 모두 정상이다. 2024년 10월에 총 콜레스테롤 163, HDL 71, LDL 68, 중성 118이었는데, 지난주 결과는 총 콜레스테롤 178, HDL 71, LDL 95, 중성 91이다.


의사에게 약을 매일 먹지 않았다고 실토하고 식단관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4월에 처방받은 약이 아직 남았다고 했다. 의사가 검사 전날 약을 복용했는지 물어봐 먹었다고 했다. 의사는 약 효과가 하루 정도 가므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지난 10월 검사 때는 어땠는지 물어보는데 약을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검사 3일 전에 약을 먹었다) 의사는 식단관리 하는 건 너무 좋지만, 90세, 100세까지 살려면 약을 먹는 게 좋다고 했다. 그리고는 최종적으로 물었다. "약을 끊어 볼래요?"


진료 대기 중에 '약을 끊어봐도 괜찮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하려고 했다. 의사가 긍정적인 낌새라도 비추면 끊어보겠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의사가 막상 물어보니 선뜻 말이 나가지 않았다. 잠깐 고민하는 사이 의사가 2년 전 경동맥 검사한 결과가 있다며 사진을 보더니 동맥경화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네?? 그때는 그런 얘기 들은 적 없는데요. 괜찮다고 하셨는데요"라고 했더니 의사는 "괜찮은데, 여기 보세요. 이렇게 좀 진행이 되는 중이에요"라고 했다. 혈관인지 뭔지 약간 튀어나온 곳을 가리키며 설명하는데 봐도 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너무 황망하게 있었더니 의사는 약 용량을 줄여서 처방할 테니 매일 먹고, 남아있는 약은 1/3로 잘라서 매일 먹으라고 했다. 그렇게 얼결에 약 처방을 무려 7개월치를 받아왔다.

태양을 쫒는 눈(08:39, 08:40, 12:49)

진료실을 나오기 전 피검사 결과 중 정상수치 범위를 벗어난 다른 결과에 대해 물어봤는데 스트레스받으면 그럴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진료시간이 다 되었다고 하여 더 물어보지 못하고 나왔다. 그 수치들은 정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에 나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알고 싶었는데 해소되지 않아 아쉬웠다.


병원 다녀온 지 1주일이 되어가는데 약을 매일 먹지 않는다. 하던 대로 2~3일에 한 번씩 먹는다. 일단 남은 약은 그렇게 먹으려고 한다. 어쨌든 두 번의 검사결과 모두 정상 범위이므로.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는 편이지만, 이 고지혈증은 어떻게든 약을 끊어보고 싶어 이리저리 실험 중이다. 나를 마루타 삼아.

다양한 하늘색 (14:47, 14:4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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