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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낚시

2025. 4. 1

by 지홀

단톡방에 계신 분이 아침에 작별인사를 올리셨다.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유심히 읽었는데 오래도록 망설이다가 모든 걸 내려놓고 산으로 들어가신다는 내용이었다. '어디 아프신가?' 하며 걱정하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혹시 자신이 필요하거나 보고 싶으면 찾아오라며 주소를 적어놓았는데 강원도 치악산 자락의 '만우절'이란 곳이었다. 피식 웃음이 났다.


오늘이 만우절이다. 만우절에 괜히 들뜨던 10대, 20대 시절이 떠올랐다. 내 머리로는 재미있는 일을 꾸미지 못해, 친구들이 장난치는 걸 보며 웃었다. 어쩌다 우스개 소리를 들으면 열심히 전파시키기도 했는데 이젠 그럴 열의가 없다. 다른 때 같으면 아침의 '만우절' 얘기를 주변에 퍼 날랐을 텐데 그냥 웃고 말았다. 아마도 내가 나이 들었기 때문일 수 있고 정국이 하도 수상하여 농담할 기분이 아니기 때문일 거다.


만우절은 프랑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위키백과를 보니 만우절에 속는 사람들을 "4월의 물고기"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4월에 물고기가 많이 잡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속칭 낚시에 잘 걸리는 사람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미끼로 유인하는 낚시질이 전 세계적으로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이 새삼스럽게 놀랍다. 게다가 16세기에 프랑스에서 처음 생긴 만우절이 온 지구인에게 전파되었다는 사실 또한 경이롭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되어 광속으로 모든 것이 퍼지는 시대가 아니었을 텐데.


내년 만우절에는 가볍고 즐거운 농담을 서로 재미있게 주고받았으면 좋겠다. 그때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왜곡되고 희석된 무수한 파편의 말들은 물러났기를 바란다.

빛이 쏟아진다 / 저녁이 확실히 환해졌다 (08:45, 08:4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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