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7
여수 여행을 같이 한 친구들은 두 달에 한 번 만나는 친구들이다. 나이 들수록 아무 일 없이 "그냥 생각났어. 만날래?"라고 할 친구가 점점 줄어든다. 약속 없이 전화해서 "같이 밥 먹을까?"라고 물어본들 십중팔구는 다 일정이 있어서 안된다고 하기 십상이다. 직장과 집안 살림을 병행하는 친구는 말할 것도 없고, 전업주부인 친구는 느닷없이 나오기 더 어렵고 싱글인 친구는 퇴근 후 운동, 취미활동 등으로 일정이 대체로 짜여있다. 그러므로 약속하지 않고 만나기란 쉽지 않다. 나부터도 아무 일 없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루틴 한 일정을 만들고 그대로 움직이고 약속을 잡아야 루틴 한 일정을 멈춘다.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때는 정해져 있다. 연말, 연시에 만나거나 미리 모임 시점을 정한다. 분기별, 반기별 이런 식으로. 그렇게라도 해야 만날 수 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사느라 바쁘기도 하지만, 인지하는 시간의 흐름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엊그제 만나 밥 먹은 줄 알았는데 돌아보면 그게 몇 개월 전, 몇 년 전이다.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줄 알고 연락 안 하고 마냥 시간을 보내다 보면 몇 년이 후딱 지나있다. 그래서, 정해야 한다. 최소 분기별로 만나자는 등의 약속을 해야 한다.
20~30대 때 절친은 아무 때나, 자주 만나는 친구라고 하면, 지금 절친은 언제 만나도 어색함과 거리낌 없이 편하게 만나는 친구다. 대신 자주 만나지 못한다. 여수 여행 모임은 최소 두 달에 한 번 만나자는 모임이다. 서로 알고 지낸 지 오래되었지만 절친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모임을 자주 갖자고 했다.
모임에 J가 새로 들어왔다. Y의 중학교 동창으로 Y의 소개로 알게 되어 나하고도 친구가 되었다. Y가 결혼하자 둘이 더 친해져서 자주 만나고 여행도 다녔다. 나머지 사람들은 J의 이름을 알았으나 만난 적 없었음에도 흔쾌히 모임 멤버로 동의하여 여수에 같이 다녀왔다. 나이 들어 친구가 되면 좋은 것 중 하나가 어색함이 덜하다는 것이다. 넉살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은 소중하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서로의 감정을 솔직히 나눌 수 있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받는 관계는 이 치열하고 살벌하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이 멤버들과 강화도에 다녀온 이후 두 번째 여행인데 모두 즐거웠다. 산행하며 힘들다고 투덜대지 않고 무엇을 먹어도 다 맛있다고 하여 덩달아 마음이 가벼웠다. 다들 꾸밀 줄 모르고 소탈하게 다녀서 편했다. 예약한 숙소와 다른 곳으로 객실이 배정되었어도 깨끗해서 오히려 좋다며 불평을 말하지 않는다. 나는 친구들에게 럭키비키, 원영적 사고가 무엇인지를 설명해 주며 우리들이 그런 긍정 마인드라 서로 잘 만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