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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치

2025. 4. 9

by 지홀

"오늘은 어디를 집중적으로 받고 싶으세요?"


마사지를 해주시는 분이 물었다. 늘 어깨, 목을 말했는데 오늘은 발바닥이라고 했다. 족욕을 마치고 침대에 엎드렸다. 마사지사는 전신을 꾹꾹 누르며 몸을 풀고 다리부터 마사지를 시작한다. 요청한 대로 발바닥을 좀 더 많이 해줬는데 정말 시원했다. 마사지 공으로 발을 누르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다리의 뭉친 근육마저 풀리는 기분이다. 다음 순서로 등을 마사지해 주는데 잠이 스르르 몰려온다. 늘 아로마 마사지를 받을 때 잠을 잔다. 아주 푹 잘 때도 있고 중간중간 깰 때도 있는데, 매번 잠들지 않으려고 두 눈을 부릅뜨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온전히 '아주 시원하게 잘 받았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마사지를 시작할 무렵의 '시원했다'는 느낌만 있을 뿐이다. 손님이 자는 동안 마사지를 안 하지는 않지만, 살살할 것 같다. 그래서 잘하는지, 못하는지 평하기가 곤란하다.


스트레스 해소에 마사지가 도움 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몸이 이완되며 잠들기 때문일 것 같다. 마사지를 받고 나면 심신이 개운하고 마음도 차분해진 걸 느낄 수 있다. 등 마사지가 끝나 돌아누웠다. 이렇게 똑바로 누울 때 배에 핫팩을 올려주면 속이 따뜻해져 너무 좋다. 침대 온도도 따뜻해서 잠이 소로록 쏟아진다. 오늘은 용하게 거의 끝까지 깨어 있었지만, 마지막 코스인 두피 마사지 할 때 잠이 들고야 말았다. 몇 분 후 입 벌린 내 모습을 자각하며 깼다. 내 얼굴을 내려다보며 마사지했을 광경을 상상하자 창피했다. 얼른 입을 다물고 숨을 깊게 쉬었다.

햇무리, 도시의 지루한 하늘(08:51, 08:52)

아로마 마사지는 내가 하는 거의 유일한 사치다. 코로나 때 호캉스를 가끔 했는데 그것도 사치 중 하나였다. 그때 일부러 비싼 호텔과 객실을 이용하며 '여행을 못 가니까' 하면서 합리화시켰다. 비용이 별로 아깝지 않았는데 코로나가 끝나자 비싼 호텔과 객실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 여행 갈 때 여전히 좋은 숙소를 우선으로 치지만, 가격을 고려하게 된다. 지금은 내 분수에 좀 넘친다 싶은 지출이 아로마 마사지다. 그래도 아끼려고 미리 지역상품권을 사놨다가 결제한다. 5% 할인가로 상품권을 구매한 후 회원권을 끊으면 1회 마사지 비용 단가가 확 내려간다. 일거양득이다. 게다가 한번 끊어 놓으면 8~9개월 사용한다. 물론 얼마나 자주 가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에 한 번을 못 가는 경우가 태반이므로 오래 쓴다.


나 스스로 대견하다고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내 분수에 맞게 사는 거다. 과한 욕심부리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것. 어떤 사람은 과한 소비를 해서 문제고, 원하는 걸 욕심껏 사지 못해 스트레스받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고통받는다. 나도 수십 억, 수백 억짜리 좋은 집에 사는 부자가 엄청 부럽지만 그렇다고 스트레스받을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다. 어쩌면 넘사벽이라고 여겨, 아예 비교대상이 되지 않으니까,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비를 뿌리는 하늘(16:36, 16:3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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