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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욕심

2025. 4. 10

by 지홀

맥시멀리스트냐 미니멀리스트냐라고 묻는다면 미니멀 리스트에 가깝다고 말할 것이다. 작은 소품으로 집안을 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청소할 때 불편하기 때문이다. 일일이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 귀찮다.


전자레인지, 정수기, 스타일러, 김치냉장고, 안마의자 등이 없다. 제일 큰 이유는 집이 좁아 놓을 곳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지만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아주 편리한 도구인걸 알지만, 없다고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다행히 명품을 잘 모르고 갖고 싶은 욕구가 없다. 아주 유명한 샤넬, 루이뷔통, 프라다 등은 브랜드와 디자인을 대충 알지만 대중적이지 않은 명품은 모른다. 따라서 눈으로 봐도 그게 얼마나 가치 있는 제품인지를 모른다. 그런 나를 안타깝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냥 내 눈에 예쁜 디자인의 옷, 가방, 신발을 산다. 게다가 가방은 에코백이나 도시락 가방을 주로 들고 다녀서 안 산지 몇 년 되었다. 옷은 온라인으로 구매한 적 없다. 속옷만 구매해 봤을 뿐. 아무래도 직접 입어보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확인한 후 사는 게 마음 편하다. 집이나 회사에서 가까운 매장에서 주로 산다. 신발은 1년에 한, 두 번 정도 사는데 좋아하는 브랜드의 가격이 나의 형편과 맞아 아주 다행이다.

별다를 것 없는 아침 하늘, 오후의 구름이 보기 좋다(08:45, 13:35)

겁이 많아 귀를 뚫지 않았다. 따라서 귀걸이를 살 일이 없고 해보고 싶지 않다. 20대 초반에 뚫지 않아도 할 수 있는'집는' 귀걸이를 한 적이 있는데 몇 시간 하고 있으면 귀가 아파 오래 할 수 없었다. 팔찌를 한 적도 있는데 잃어버리기를 몇 번 하자 안 하게 되었다.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팔에서 없어진다. 목걸이와 반지는 하는 편이지만, 액세서리 목걸이와 반지 말고 금으로 된 걸 산 지는 불과 3~4년 전이다. 최근에는 특히 반지가 자꾸 눈에 들어오는데 어느 손가락에 낀 것이든 다 예뻐 보인다. 그렇다고 손가락마다 낄 수는 없어서 엄지, 검지, 중지 번갈아 가면서 낄 수 있는 반지 한 개를 샀다. 매일 끼기 편한 디자인으로 잘 산 것 같다.

오늘은 제법 하늘이 예뻤다(13:45, 15:40)

열거한 대로 물욕이 그다지 없는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빈 박스나 쇼핑백을 잘 버리지 못한다. 쇼핑백은 여러 가지 경우에 유용하게 쓰니까 놔두고 빈 박스는 양말, 속옷, 화장품 정리 등을 할 때 유용해서 둔다. 특히 선물이 들어있던 각종 박스는 튼튼하고 예뻐서 버리기 아깝다. 하지만, 쇼핑백과 빈 박스를 쓸 일이 자주 없다. 몇 년을 가지고 있다가 버리게 된다.


새 다이어리가 많다. 예뻐서 사고 특이해서 사고 선물로 받은 것들이 쌓여있다. 몇 년간은 사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다. 에코백도 많다. 산 적은 없는데 여기저기서 기념품으로 나눠주는 걸 받은 게 꽤 된다. 코로나 이후 친환경이라고 에코백을 흔하게 제작한다.


이런, 적고 보니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다. 하긴 많은 것이든 적은 것이든 지향하지 않고 별생각 없이 산다. 환경, 성격, 상황에 따라 많고 적은 물건이 있을 뿐.


한 가지 공감하는 건, 나이 들수록 점점 늘리기보다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가진 물건만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으므로 필수품이 아니라면, 되도록 갖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다. 특히 필요 없는 물건은 공짜로 나눠줘도 받지 않는 마음을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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