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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는 고충

2025. 4. 19

by 지홀

작년 7월부터 음식을 씹을 때 부자연스러웠다. 회사 후배들과 아랍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려던 때였다. 그날 점심 먹을 때까지 멀쩡했고 대화를 하면서도 이상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음식을 먹으려고 했는데 마치 치아에 온 힘을 준 것처럼 얼얼하면서 씹는 게 불편했다. 의아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날 이후 입을 다물고 있는데 위, 아래 치아가 어금니부터 앞니까지 딱 맞닿아 있는 걸 깨달았다. 아랫니가 윗니 밑에 놓여 혀로 윗니가 만져지지 않았다. 먹을 때 위, 아래 어금니끼리 자꾸 맞부딪치다가 때로 서로 어긋나 갈리는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것 같아 넘겼는데 몇 주가 지나도 똑같았다. 동네 자주 가는 치과에 가서 문의했다. 아무래도 아래턱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다른 사람보다 아래턱관절이 위턱 관절에 조금 깊숙이 들어갔지만, 정상이라고 했다. 씹는 데 불편하다고 했더니 뭔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종이 같은 것을 윗니, 아랫니 사이에 넣고 꽉 물어보라고 했다. 의사는 약간 위, 아래가 맞지 않지만 문제없다고 했다.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위, 아래 치아는 벌어져 있어야 하므로 의식적으로 떨어뜨리는 연습을 하라고 했다. 일시적 현상일 것 같다고, 돌아올 거라고 했다.


그러나 한, 두 달이 지나도 똑같았다. 그 당시 다니고 있던 한의원에 증상을 얘기하니 옆으로 오래 누워있어 굳은 거라고 했다. 턱관절 있는 곳을 자주 마사지하고 따뜻한 찜질을 하라고 했다. 그제야 원인을 알게 되어 안도했는데, 무엇보다 그 원인에 격하게 공감했다. 나의 습관 중 하나가 옆으로 누워 휴대전화기나 책을 보는 거다. 앉아서 고개 숙이고 보는 것보다 누워서 보는 걸 좋아한다. 특히 옆으로 누워 베개 같은 곳에 스마트폰을 받치고 보면 손으로 잡고 있지 않아도 되어 편리하다. 책도 누워서 읽다가 자다가 하는 걸 즐긴다. 어떤 때는 옆으로 누워있는 자세로 내리 4~5시간을 있을 때도 있다. 그러니 한의사 말이 맞는다. 자세의 문제다. 내가 또 병을 만들고 키운 거다. 그 후 틈나는 대로 찜질을 했는데 턱관절 마사지는 잘 안 했다. 턱이 벌어지는 곳을 마사지하라는데 위치를 가늠하기 어려워서 하다 말다 했다. 그 탓인지 또 몇 개월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한 달에 한 번 한의원에 다녔는데 침을 세 번 맞아도 별 차이가 없었다.

강한 바람에 꽃잎이 다 떨어졌다(11:32, 12:53)

음식을 먹을 때 이가 자주 갈리고 어금니로 씹는 지점이 뒤쪽 어금니로 이동한 것 같아 동네 치과에 또 갔다. 의사는 이의 높낮이를 맞추기 위해 자주 갈리는 치아를 갈아줄 수 있지만, 나이 들면서 치아가 조금씩 틀어지고 잇몸이 내려앉기 때문에 나중에 또 문제가 생기므로 권하지 않는단다. 그리고 그 종이 같은 것을 다시 끼우고 꽉 물어보라고 하더니 살짝 부정교합인 듯 잘 맞물리지 않지만 교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한마디로 별 이상 없다는 답이었다.


답답해서 유튜브를 찾아봤더니 한의사가 한 얘기가 그대로 나왔다. 더운 찜질과 더불어 양쪽 관자놀이를 엄지와 중지, 약지로 들어 올리는 연습을 하라고 했다. 몇 번 따라 했지만 자주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먹는 일이 불편하다. 가끔 잘 씹지 않은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이러다 잘 못 먹고 목이 막히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생길 정도다. (나의 불안증일 수 있지만) 고기와 나물이 잘 씹히지 않는다. 씹다가 질겨서 도로 뱉을 때가 있다. 씹는 맛을 느끼기 어려워 먹는 재미가 좀 없어졌다. 질병이 아니니 치료할 것이 없고 민간요법으로 나아진다고 하는데 자주, 꾸준히 하지 않아서인지 그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중이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는 나만의 고충이 되었다.


회사 후배가 자기가 사는 동네 치과 선생님이 정말 잘 보는 분이라고 해서 오늘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역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턱관절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지극히 정상이라고. 역시 위, 아래 치아 사이에 뭔가를 끼우고 꽉 물어보라고 하시더니 교정할 정도로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왜 저작 활동이 어려운지 알겠다고 했다. 치아 모형을 들고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아래 어금니가 안쪽으로 비스듬하게 누워있다고. 그래서 위 어금니와 잘 만나지 못한다고. 치아 배열이 어느 날 갑자기 변형되는 것이 아니므로 어렸을 때부터 이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전에는 인식을 못 했을 것 같다고. (나이가 들어 예민해진 건가?) 그래도 근육 이완제를 처방해 줄 테니 먹어보라고 하면서 따뜻한 찜질을 하루 두, 세 차례하고 6.6.6 운동을 하라고 알려줬다. 입을 벌려 혀를 천장에 닿게 하고 6초씩 6회를 1세트로 운동하라고 했다. 하루에 6세트를 하라고. 일종의 혀와 턱 스트레칭이다.


지극히 정상이라는 말을 들어 다행이고 운동처방을 받아 희망이 보였다. 기분 좋은 김에 후배 동네부터 집까지 걸어왔다. 머리카락이 사정없이 헝클어지는 걸 느끼며 어디선가 뭔가 날아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강한 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중간에 비도 왔다. 우산 속으로 들이치는 비로 옷과 가방이 다 젖었다. 그래도 턱과 치아에 아무 문제없음을 확인하고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어 좋은 날이었다.

비를 머금은 하늘(12:5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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