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0
동네에 단골로 다니는 네일숍이 있다. 자주 가면 한 달에 한 번, 아니면 서너 달에 한 번 간다. 예전에는 가끔 매니큐어를 칠했지만 최근 몇 년은 케어만 한다. 칠이 벗겨지면 지저분하기 때문에 아세톤으로 지워야 하는데 다 쓴 후 새로 사지 않아 없다. 매니큐어를 자주 바르지 않으므로 아세톤을 몇 년 썼다. 버리고 싶은데 아까워서 다 쓰고 버리는데 몇 년이 걸렸고, 빈통을 버릴 때 속이 후련했다. 그 후 다시 사지 않아 없다.
아세톤이 없다는 걸 잊고 매니큐어를 칠했다가 아주 지저분한 꼴을 몇 주 본 적 있다. 올리브영이나 화장품 가게에서 샘플로 놓인 아세톤으로 지우려고 했는데 어디에도 샘플로 내놓은 곳이 없었다. 처음엔 의아했다. 그 흔하던 아세톤 샘플이 자취를 감추다니. 사람들 앞에서 손톱을 내보이기 꺼려질 정도가 되자 할 수 없이 네일숍에 가서 지웠다. 단골숍 사장님이 말하기를 요새는 대부분 젤을 바르거나 스티커, 팁을 붙여서 매니큐어를 칠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네일숍도 젤만 취급하는 곳이 많아요. 매니큐어 발라주는 곳은 우리밖에 없을 거예요"라고 했다. 그제야 아세톤이 사라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제 비바람을 뚫고 단골 네일숍에 갔다. 손, 발톱 정리할 때가 되어 근 한 달 만에 갔다. 늘 케어만 하고 영양제를 바르는데 갑자기 매니큐어를 칠하고 싶어 물어봤다. 사장님은 비 오는 날이라 내일이 되어도 완전히 마르지 않을 거라며 하지 말라고 했다. 매니큐어를 바르면 최소 한, 두 시간은 손톱이 찍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물건을 집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잘못하면 손톱에 바른 매니큐어가 뭉개지거나 자국이 남거나 줄이 생긴다. 그럼 끝이다. 그대로 굳히는 수밖에 없다. 미운 모양으로. 돈 쓴 보람도 없이.
그래서 다들 젤을 선호한다. 바르고 말리는 기계에 잠깐 넣었다 빼면 바로 굳는다. 매니큐어보다 오래 지워지지 않는다. 대신 혼자 못 지워서 숍에 가서 지워야 한다. 지우러 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젤을 바른 적 없다. 매니큐어보다 비용이 비싸기도 하고. 하지만 어제는 무슨 바람인지 그냥 손톱을 꾸미고 싶었고 매니큐어가 안된다고 하자 젤이라도 바르고 싶었다. 손님에게 뭘 권하는 법이 없는 사장님은 의외라는 표정을 하더니 "한번 해보는 거 괜찮죠"라고 시크하게 말했다. 라벤더 색으로 세 번을 칠했다. 생전처음이다. 마음에 들었다.
오늘, 우리 동네 교회로 예배드리러 오는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동네 산책하다가 마을 버스정류장 앞 벤치에 앉아 근황토크를 했다. 친구가 내 손톱을 보더니 매니큐어 칠했냐고 물으며 예쁘다고 했다. 난 예쁘냐며 되묻고 젤을 발랐다고 했다. 손톱에 색을 칠할 때부터 기분이 좋아졌는데 친구가 칭찬해 주니 더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