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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서

2025. 5.20

by 지홀

주변에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좀 있다. 회사 후배, 동료, 극단의 멤버 등. 그중 회사 동료는 출, 퇴근길을 가끔 걸어 다니는 걸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점심을 먹으며 들어보니 퇴근길을 달린다고 했다. 달려가면 40분 정도 걸리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도 걷는 시간을 감안하면 큰 차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집에 도착해 샤워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져서 점점 달리는 일이 재미있다고 한다.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고 회사에서는 구두를 신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멋진 옷차림에 구두를 신고 출근해 회사에서 편한 신발로 갈아 신는 것과 반대다. 그녀가 몸 관리하는 걸 보기 시작한 건 육아 휴직을 다녀온 후다. 살찐 걸 본 적은 없으나 출산과 육아 휴직 후 복귀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주 날씬했기 때문이다. 운동하고 물 많이 마시며 관리했다고 하여 한때 물 마시는 걸 따라한 적 있으나 그때는 잘되지 않았다. 그 일이 벌써 약 13~4년 되었다. 그 후로도 건강관리 앱을 다운로드하여 무엇을 먹었는지 기록하며 관리한다고 알려주어 또 따라 해봤다. 하지만 먹은 걸 기록하는 일이 쉽지 않아 몇 달 하다가 말았다. 얼마 전 점심을 먹고 바깥 전망이 좋은 휴게실에서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녀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오라고 불렀다. 그녀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중이라고 했다. 그 휴게실이 11층에 있는데 11층까지 걸어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일을 두 번 정도 반복한다고 한다. 점심 도시락을 간단히 먹고 운동하고 저녁에는 퇴근하고 달리고. 가끔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고. 정말 철저하게 관리하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도 운동하고 소식하고 꽤 노력하는 편이지만, 따라갈 수가 없다.


그녀가 얼마 전 남편과 보스턴마라톤에 다녀왔다고 한다. 남편이 마라톤을 한 지 10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알고 보니 남편의 영향으로 달리기를 하기 시작한 거다. 중학생 아이들을 집에 놔두고 남편이 마라톤을 하고 그녀는 응원을 했단다. 마라톤 행사 후에는 미국 동부 지역을 여행하고 왔다는데 많이 부러웠다. 부부가 취미를 같이 할 수 있는 것과 세상에서 가장 친한 사람을 남편으로 둘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인 부부가 꽤 많다. 서로가 가장 원수인 부부도 많지만. 서로에게 남녀가 아닐 수 있고 '원수'라고 지칭하지만 가족이기에 애틋한 마음으로 보살피는 마음은 느낄 수 있다.


오십이 넘으며 혼자인 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느끼는 편이지만, 가끔 이렇게 취미를 같이하며 서로에게 심적으로 가장 가까운 부부를 보면 신기하고 놀랍고 부럽다. 그런 순간은 잠깐 기분이 처진다. 혼자라서.

아침에 비올 것처럼 먹구름이 잔뜩이었는데, 오후에 완전히 갰다.(08:51, 10:29, 13:36)
5월다운 날이었다.(13:47, 13:4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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