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19
코로나로 전 세계가 국경을 봉쇄하고 재택근무를 의무화했을 때, 사람들은 비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덕분에 각종 회의 프로그램들을 알게 되었고 가상현실 세계는 3D 공간에서 현실과 똑같은 공간을 구현한 디지털 트윈 세계, 메타버스까지 급속도로 발전했다. 가상세계에서 나의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다. 실제 내 모습보다 멋진 모습으로. 아바타는 비단 가상세계, 디지털 세상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여행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여행을 해주는 서비스가 현실에 있었다. 현지 가이드가 손님의 의뢰를 받아, 가고 싶은 장소에 대신 가서 카메라로 여행지를 보여준다. 손님은 가이드와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며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면 오른쪽으로 가달라고 요청한다. 식당에서 뭔가를 먹고 싶다고 요청하면 가이드가 대신 가서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먹으며 감상을 전한다. 3차원 영상을 보며 실제 간 듯한 느낌을 가지는 것보다는 사람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집에 앉아서 똑같이 느껴보려는 이 사업이 성공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때에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투어를 아바타 여행, 대리 여행 등으로 불렀다. 나는 이런 형식의 투어가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손님이 말하는 대로, 진짜 아바타처럼 움직이는 일이 좀 비인간적으로 느껴져 거부감이 들었다. 게다가 일반 상식을 가진 사람은 가이드에게 무리한 요청을 하지 않겠지만, 간혹 과도한 요구를 하는 사람이 없을지 우려스러웠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세상으로 바뀌어갔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에서나 보던 버추얼 세상 속 나와 현실 세계의 내가 같지 않음에 따라 새로운 갈등이 일어나고 부의 이동이 일어날 것 같았다. 디지털 그림을 사고파는 NFT 마켓 플랫폼이 생겨났다. 실물 없는 디지털 그림을 사고파는 일이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었으나 그것으로 돈을 버는 사람과 기업이 생겼다. 유현준 건축가는 부자는 오프라인에서 소비하고 가난한 사람은 온라인에서 소비할 거란 얘기를 했는데, 오프라인은 점점 모든 서비스가 비싸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에 동의했다. 특히 인건비가 높아짐에 따라 대면 서비스 비용이 늘어나고 비대면 서비스는 저렴해지기 때문에 납득이 되었다. 일례로 같은 여행지라도 비행기 타고 직접 가는 사람과 가상현실 속 여행지를 다니는 사람으로 나눠질 것 같았다. 트윈 세계는 실제 세계와 똑같이 구현한 세상이므로 그 안을 아바타가 돌아다니는 것이다. 비용은 말할 것도 없이 가상세계 체험이 저렴하다.
그렇게 위기의식 같은 걸 느낀 건 불과 2년 남짓. 치명적 위험균이었던 코로나가 일상적인 감기 수준의 병균으로 내려가면서 오프라인이 다시 살아났다. 2022년부터 서서히 회복되어 2023년 말에 거의 회복했다. 2024년에는 코로나에 걸려도 사람들을 다 만나고 회사 출근하고 일상생활했다. 열흘씩 격리하던 일이 아주 오래전 옛날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게 코로나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지 올해로 이제 2년 차. 그 시간 동안 많은 분야(특히 공공분야)의 메타버스는 옛날 유물처럼 폐기 처분되는 중이다. 메타버스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분야는 계속 발전하겠지만, 일단 대중의 머리에서 사라졌다. 그래서 현실 세계의 체험을 대체할 가상세계가 많이 없기 때문에 부자는 오프라인으로, 가난한 자는 온라인 체험을 즐길 것이라는 예측이 맞을지 잘 모르겠다. 영화 "레디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처럼 가상현실이 현실로 곧 이뤄질 것 같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