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3
음악이 내 생활에서 사라진 지 꽤 오래되었다. 아마도 2018년부터 듣지 않게 된 것 같다. 매일 아침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 준비를 했는데 부모님과 다시 살기 시작하면서, 음악소리가 시끄러울 것 같아 안 듣게 되었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음악은 거의 10~15년 전에 구입한 것들이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음악은 최백호의 "나를 떠나가는 것들"인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가 부른 노래가 너무 좋아 원곡을 다운로드하였다. 하지만 휴대폰에 있는 음악조차 제대로 듣지 않는다. 돌아보니 삭막한 일상이다. 그런 와중, 클래식 공연을 접할 기회가 생겼다. 부서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클래식 공연과 그림 전시회를 보기로 했다. 클래식 공연장을 찾은 건 거의 10년도 넘은 일이고, 들어보면 아는 곡이지만 제목과 매칭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오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은 아침 11시에 시작하여 오후 1시에 끝났는데 거의 만석에 가까운 관람객들을 보고 놀랐다. 주중 낮에 클래식 공연을 찾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연령대가 좀 높기는 했지만 데이트하러 온 듯한 젊은 커플도 꽤 많이 눈에 뜨였다.
콘서트 가이드가 먼저 등장하여 앞으로 들을 연주곡을 설명해 주어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오펜바흐의 오페라 '천국과 지옥"의 서곡은 뒷부분의 캉캉이 아주 익숙한 음악이었다. 오페라의 내용을 읽어보니 뮤지컬 "하데스 타운"의 내용과 같은 것이었다. 이 음악이 끝나고 콘서트 가이드가 캉캉의 경쾌한 음악을 느리고 슬프게 연주하면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지 않냐며 오케스트라에 연주를 부탁했다. 바이올린이 구슬프게 음악을 연주하는데 그 첫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도 슬픈 음이었다. 가슴을 쿵 울리는 소리와 동시에 눈물이 났다. 옆에 앉은 직원이 눈치채지 못하게 숨을 고르며 눈물을 훔쳤는데, 다음 곡이 연주될 때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아 힘들었다.
그 뒤로 이어진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무소록스키가 작곡하고 라벨이 편곡한 "전람회의 그림"을 들으며 각 악기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고, 현악기와 관악기의 이름을 되뇌어보고 모르는 악기는 옆 사람에게 물어보며 관심을 기울였다. "전람회의 그림" 연주를 듣는 중간 잠깐 졸았지만 (약 기운 때문이라고 핑계 대고 싶다), 앞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러 다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마음이 안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