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9
오십 대에 친한 친구는 얼마나 자주 만나고 연락하는 사이여야 할까? 이십 대 때는 거의 매일 만나는 친구였다. 특별히 약속하지 않고 만났다. 그러나 그 친구들이 결혼하자 약속을 해야 만날 수 있었다. 아이를 낳은 후에는 약속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도 회사일로 출장, 야근, 주말 근무 등을 하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친구들에게 자주 연락하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드문드문 연락하고 1년에 한, 두 번 만나는 사이가 되었지만 친하지 않은 건 아니다. 서로의 삶을 살아가느라 바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제나 친구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한, 두 번 만나는 관계가 지속되다가 오십 대에 시간 여유가 생기자 두, 세 번 많을 때는 서, 너번 만나게 되었다. 이 정도면 정말 자주 보는 셈이다. 만날 때는 각자 일상이 바빠 날짜를 미리미리 맞춰야 한다. 짧게는 한 달 전, 길게는 몇 달 전에 미리 잡아야 만날 수 있다. 누구는 일하느라 다른 누군가는 가정의 대소사를 챙기느라 또는 루틴 하게 해야 할 일을 처리하느라, 남편과 아이들의 밥을 챙겨야 하거나 심지어 반려동물을 돌봐야 해서 시간 내기 어렵다고 한다. 우선순위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남는 시간에 만날 약속을 한다. 평소에는 친구가 내 가정 보다, 내 일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 그렇다고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열일 제치고 만나는 때는 친구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었을 때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보게 된다.
이십 년, 삼십 년 된 친구들은 언제 봐도 반갑고 허물없고 수다 삼매경에 곧장 빠진다. 매일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지 않았어도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어려움과 힘든 일이 있었는지, 무엇이 고민인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 나이 들면서 친구의 개념은 그렇게 바뀌는 것 같다.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괜찮은 관계. 언제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고 뜬금없이 엉뚱한 질문을 해도 이상하지 않고 예상치 못한 부탁을 받아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돕는 관계가 되어있다는 점이 오랜 세월 함께 알고 지낸 친구의 좋은 점이다. 물론 유독 힘들고 지치는 날, 위로받고 싶은 날에 갑자기 연락해 만날 친구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문자와 전화라도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러다가 예순, 일흔이 되어 가정에 돌봐야 할 사람이 더 이상 없고 일을 하지 않게 되면 20대 때처럼 친구들을 거의 매일 만나게 될까? 그럴지도 모른다. 가까이 사는 친구 위주로 자주 만날 지 모른다. 그래서 종종 더 나이 들면 모여 살자는 말을 농담처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