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30
회사 주변 구내식당을 순례해 보기로 했다. 일명 "구내식당 순례단"이란 톡방을 만들었다. 이제는 만 원 이하 음식을 찾기 어렵다. 밥 한 끼가 너무 비싸다. 약속 없는 날은 도시락을 싸서 점심값을 절약하지만, 그런 날은 하루 종일 실내에 머물러 바깥공기를 쐬지 못하기 일쑤다. 물론 도시락 먹고 회사 주변을 한 바퀴 돌 수 있으나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같이 걸을 사람이 있다면 더 수월하게 나가겠으나 혼자는 잘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귀찮음이 승리한다.
오늘 첫 번째로 명동성당 구내식당에 갔다. 회사로비에서 후배와 만나 성당을 향해 걸었다. 사무실에서 도보로 10분쯤 걸리므로 밥 먹고 돌아오며 소화시키기에 딱 좋은 거리다. 후배가 식당이 어디 있는지 아냐고 물어봤다. 나는 모른다며 그냥 명동성당 근처에 있지 않겠냐고 했다. 성당 앞에서 어느 빌딩으로 들어갈지 둘러봤다. 가톨릭회관에 있을 것 같았다. 1층 경비실에 문의하니 지하로 내려가라고 하신다. 비상계단 문을 열었다. 음식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지하로 내려갔더니 대로변과 맞닿은 문이 있다.
"아하, 이 길로 연결되어 있구나"
우리는 그제야 위치를 제대로 파악했다. 안내문에 외부인은 12시 15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성당 및 입주 사무실 직원들이 우선 식사한 후 입장하는데 제법 줄이 길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2시. 딱히 갈 곳도 없어 먼저 식권을 샀다. 음식값은 놀랍게도 5,500원. 요즘 이 가격에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없는데 아주 혜자 로운 가격이다. 긴 줄 끝에 가서 섰다. 후배와 두런두런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고 식당으로 입장했다. 뷔페와 단품 두 가지 중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뷔페를 택했다. 잡곡밥, 콩나물국, 연근조림, 두부, 볶음김치로 전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어서 대만족이었다. 사람들이 계속 몰려와 얼른 먹고 일어나야 했지만, 상상하지 못한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좋았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한국전력 구내식당에 가보려고 한다. 중구청, 종로구청, 남대문세무서, 한진해운, 하나은행 등 리스트가 주욱 있다. 얼마 전에는 구내식당 콘셉트의 식당이 문을 열어 가봤다. 8,900원에 뷔페, 일품요리 선택 가능한데 이곳도 아주 괜찮은 곳이다. 반찬 수가 국까지 포함 여섯 가지 정도 되는데 내게 맞는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다. 그래도 반찬 수가 많아 먹는 것 위주로 고를 수 있어 괜찮다. 구내식당 콘셉트답게 회전율이 좋다. 사람이 무지 많은데 식탁 좌석이 금방 금방 빈다. 이곳은 저녁에도 이용할 수 있고 포장 음식도 있어 편리하다. 직장인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이 식당은 프랜차이즈로 전국구다. 이 식당을 창업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참 좋다. 전형적인 박리다매로 회사가 잘 될 것 같다. 음식의 품질을 어떻게 잘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도시락을 싸가면 혼자 먹고 움직이지도 않게 되는데 구내식당을 찾아가면 같이 먹고 운동도 하게 되어 일석이조다. 게다가 구내식당 음식은 영양사가 영양소를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고안한 식단이므로 건강에 좋고 심하게 배부르지 않아 속이 편하다. 1석 3조다. 외부인이 식권을 살 수 있는 구내식당을 발굴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종로 근처 괜찮은 구내식당을 아는 분은 추천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