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31
봄이 진즉에 왔으나 겨울처럼 추운 날이 이어졌고, 봄 없이 여름이 왔나 싶다가 다시 쌀쌀해져 겨울 이불을 계속 덮었다. 그러다 드디어 여름 침구로 바꾸며 이불을 빨았다. 갑자기 날씨가 더워졌다. 낮동안 태양의 열기를 머금은 집은 저녁에도 후끈했다. 실내 온도가 27도, 28도다. 바깥 기온은 여전히 일교차가 심해 16~17도인데.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집에 들어서면 후덥지근하다. 창문을 열고 자는 계절이 왔다. 에어컨을 틀기 전에 필터 청소를 해야 하고 선풍기를 다시 꺼내야 한다.
베갯잇, 이불, 소파에서 덮었던 담요와 쿠션 커버까지 싹 다 빨았다. 평소 베라다에 있는 건조대에 빨래를 말리는데 이불은 옥상 건조대에 널었다. 겨우내 빨래 건조대에 쌓인 먼지를 싹 닦아내고 이불을 널자 기분마저 상쾌해졌다. 저녁에 햇빛 머금은 뽀송한 이불을 털고 고이 접어 장롱에 넣었다. 햇빛에 쫘악 말린 옷에서 나는 냄새가 좋다. 소독되어 깨끗해진 것 같은 냄새. 오전 내내 세탁기가 여러 번 돌아가는 동안 대청소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침대 밑을 청소했는데 그러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한 달도 더 되었다. 창문을 활짝 열고 가구 밑, 뒤 구석구석 청소를 했다. 나는 청소기보다 밀대로 닦는 것을 선호한다. 힘들고 땀나지만 운동하는 셈 치고 닦으면 할 만하다. 청소기 먼지 제거를 하지 않아 편하다. 청소포로 닦고 버리면 되므로. 예전에는 걸레를 끼워 빨고 말렸는데 걸레 빠는 일이 세상 번거로운 일 중 하나다. 걸레 빠느라 버리는 물의 양이 만만치 않으므로 일회용이 훨씬 낫다고 자기합리화한다.
한바탕 청소와 빨래로 오후까지 시간을 보내고 부랴부랴 샤워 후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갔다. 극단의 단원이 외부 극단과 공연하는 것으로 응원차 갔다. 기분이 처지고 힘들고 어딘가에 몰두할 필요가 있을 때 몸을 움직여 땀을 내는 일이 확실히 효과 있다. 마음이 좀 밝아진다. 덕분에 공연내내 음악이 배우의 가창을 덮어버리는 바람에 가사 전달이 되지 않아 스토리 이해에 방해가 되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배우 중 우리 극단 단원의 연기력이 제일 훌륭하다고 자화자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