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교실

2025. 6. 13

by 지홀

연극무대를 만들 때 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배우의 등. 퇴장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어디에서 등장하고 어디로 나갈지를 고려한 후에 벽을 세울지, 커튼으로 가릴 것인지를 결정한다. 우리는 그것을 ‘가벽’을 세운다고 한다. 가벽은 대개 검은색으로 칠해 관객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만들지만, 무대의 일부로 활용되기도 한다. 창문이 되기도 하고 현관문이 되기도 하고 실내 벽이 되기도 한다.

한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릴 때 정말 많은 사람이 함께해야 하지만, 무대 제작은 뭔가 전문가 포스가 느껴져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다. 물론 조명, 음향도 쉽지 않은 분야지만, 배운 대로 하면 오퍼(오퍼레이션) 정도는 할 수 있다. 더구나 조명은 극장마다 조명 콘솔이 다르기에 기초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 조명기를 설치하는 채널 번호와 콘솔의 번호를 익히고 나면 장면마다 필요한 조명을 묶어서 메모리 시킨 후 작동시키면 된다. 익히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조명에서 어려운 점은 디자인이다. 장면에 맞게 어떤 조명을 쓸 것인지를 정해야 하는데 조명기구의 특성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극단에서 매년 ‘조명 아카데미’를 개최해 기초지식을 습득하고 있지만 부족하다. 그래서 디자인은 단원 중 조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단원 몇 명에게 의존하게 된다. 조명처럼 음향도 오퍼를 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떤 음악을 사용할 것인지를 정하는 부분이 어려울 뿐.


반면 무대는 무대 디자인도 어렵지만, 공구로 직접 만들어야 한다. 이 극단에 들어오려고 공연을 먼저 본 적이 있는데 ‘버스정류장’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꽤 놀랐었다. 그것도 단원들이 만들었다는 말에 경의를 표한 적 있다. 그렇게 가벽을 세우고 스툴을 만드는 등 합판을 자르고 못으로 박는 일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래서 무대 스텝은 선뜻 손들기 어려웠다. 이번에 ‘무대 아카데미’에 참여해 전동 드릴 사용법, 가벽 세울 때 사용하는 못의 종류를 아주 기초부터 들었다. 극장 환경에 따라 가벽을 어떻게 세우는지도 들었다. 전동 드릴로 못을 박아보는 실습도 했는데 재미있다. 실생활에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다. 드릴로 못을 박다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었지만 뭐든 조심해서 잘 사용하면 유용한 도구가 되는 법.


신입 단원 중 처음 해본다는 사람이 드릴에 적절한 힘을 가하며 못을 아주 잘 박았다. 우리 대부분은 힘 조절을 하지 못해 드릴이 돌아가거나, 못이 깊이 박히는 등 드릴 소리가 요란한 데다 단번에 하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 나사못을 재사용할 수 없게 망가뜨린 사람도 있었는데, 그녀는 강사처럼 아주 부드럽게 못을 잘 박고 잘 빼냈다. 박수가 절로 나왔다. 재능 있는 사람을 발견한 기쁨에 가을 공연에 무대 스태프로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얼결에 동의했는데, 며칠 후 다시 한번 확인을 해야겠다.


연극의 3요소는 희곡, 배우, 관객이지만 한 편의 연극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획, 연출, 무대, 조명, 음향, 분장, 의상, 소품, 홍보, 현장 진행 등 수많은 사람이 맡은 바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야말로 종합예술이다.

어디에 정신을 두고 다니는 걸까. 하늘 사진 찍는 걸 종일 잊고 있었다 (08:3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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