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

2025 6. 22

by 지홀

인사팀장이 곤란하고 심각한 얼굴로 들어온다. 알사탕을 입에 물고 서류를 보며 한숨을 내리 쉰다. 서류를 탁자에 놓고 의자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는다. 잠시 후 직원이 들어와 앉자마자 볼멘소리를 한다. 자신이 왜 승진에 누락되었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그간의 성과를 나열한다. 인사팀장과 사수와 부사수로 일했던 관계까지 들먹이며, 이의신청하겠다고 한다. 인사팀장은 개인적 친분 관계는 있지만 승진이 되지 못한 것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음을 설명하며 이의신청해 봐야 달라지는 게 없다며 조용히 끝내자고 한다.


이건 우리 극단의 여름 페스티벌 공연 중 한 내용이다. 사무실에서 일어날 법한 2인극 드라마다. 총 6개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는데 5개 작품은 우연히도 주제가 비슷했다. 각자 처한 입장에서 보다 잘 살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삶은 그렇게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얘기들이다. 단 한 작품만 로맨스로 달달한 대사와 상황 때문에 보는 내내 미소를 지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6개의 공연을 몰아봤다.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 무대 밖에서 고생한 단원들을 생각해 한 작품도 빠트리지 않고 봤다. 비록 30분짜리 짧은 공연이라 해도 텍스트에 머물던 내용을 진짜세계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일은 그 과정이 모두 같다. 무대, 소품, 의상, 조명, 음향을 전부 갖춰야 한다. 분장해 줄 사람, 관람객을 안내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공연을 홍보하는 사람, 영상으로 기록하는 사람,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람 모두 필요하다. 매번 느끼지만 어느 한 분야에 사람이 부족하면 한 사람이 멀티역할을 해야 하고 그만큼 과정이 쉽지 않다. 출연 배우끼리의 호흡과 합이 잘 맞아야 하고 배우와 연출의 관계도 중요하다. 연습하는 과정에서 여러 일이 일어나는데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파행으로 치닫을 수 있다. 특히 배우끼리 혹은 연출과 배우 간의 캐릭터 해석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 그 갭을 메우고 합의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고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신기하게도 이 모든 불협화음은 결국 무대에 나타난다. 관객이 무엇을 말하는 극인지 전혀 이해 못 한다.


연습이 부족한 경우도 무대에 나타난다. 배우의 연습 부족은 어색한 연기, 버벅거리고 머뭇대는 대사 등으로 나타나 관객이 자꾸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보는 일이 민망할 정도가 된다.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있더라도 다 같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맥을 못 춘다. 혼자만 튈 수 없기에 그냥 묻혀버린다. 조명과 음향의 연습 부족은 장면에 맞지 않는 소리와 빛이 들어오거나 들어오지 않아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극을 지루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번 여름 페스티벌에 많은 사람이 참여한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사진에서도 더운 열기가 느껴진다(12:00, 12:03, 12:08)

그럼에도 완성을 위해 땀 흘린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뒤풀이에서는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고 기운을 북돋워준다. 왁자지껄한 뒤풀이는 오랜만이다. 정말 많은 사람이 참여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말 그대로 페스티벌이었다.

체감온도 30도 넘는 날이다(16:0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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