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검진

2025. 6. 21

by 지홀

부모님이 건강검진을 받으시는 날이다. 연세가 있으셔서 수면 내시경을 할 수 없다. 일반 내시경을 해야 하는데 두 분 모두 먹는데 아무 지장이 없으므로 위 내시경을 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엄마는 거기에 더해 유방 및 자궁경부암 검사도 받지 않겠다고 하셨다. 아픈 곳 없으니 아무 문제없다고 하셨다. 아빠는 치과에 따로 가므로 검사받지 않겠다고 하셨다. 두 분 말씀에 모두 동의했다. 동네 가정의원에서 아빠가 초기 당뇨라고 했지만 약 처방을 하지 않았다. 의사말은 약 때문에 밥 맛없고 더 힘들 수 있으니 과식하지 않고 조금씩 움직이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나이 때문에 진행속도가 빠르지 않을 거라며 먹고 싶은 거 드시는 게 더 낫다고 했다. 한편으론 안심되고 한편으론 씁쓸했다. 노화로 인해 생기는 질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수명대로 살다가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죽지 않는 사람은 없으므로. 기간이 짧으냐 기냐의 문제일 뿐. 그러므로 나이 들수록 그 시간이 점점 더 다가옴을 피할 도리가 없다. 따라서, 해당 부위가 특별히 아프지 않으니 굳이 검사받지 않아도 된다는 부모님 말씀에 동의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일상생활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을 알기 위해 기본 검사를 받는다. 당뇨가 심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듯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생활을 더 길게 할 수 있도록 건강수치가 나쁜 것은 없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국가에서 해주는 건강검진은 워낙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이것저것 빼고 났더니 검사항목이 정말 몇 개 되지 않았다.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피검사 결과 항목에 당화혈색소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고 싶으면 추가해야 하는데, 다행히 4년마다 한번씩 하는 그 검사가 올해 해당되어 추가 검사비를 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피 검사하면 그 두 가지에 대한 결과를 자동으로 알 수 있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친구는 그 두 가지 검사결과를 알고 싶어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검사 결과지에 그 수치가 나오지 않아 실망했다고 한다. 요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약을 먹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기본 항목으로 넣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국민이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하므로 직장에서 검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결국 2년에 한 번씩 건강상태를 알게 된다. 따라서 기본 항목으로 넣어야 2년에 한 번이라도 수치 확인을 할 수 있고 위험군이라면 미리 대처할 수 있는데, 4년이면 병을 키우고 약을 먹어야 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음식과 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을 약으로 해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지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로도 손해다. 예산은 이런 곳에 아끼지 말고 전시행정용 행사 등을 지양하면 좋을 텐데, 뉴스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된 예산을 볼 때면 좀 화난다.

솜 뭉치처럼 보이는 구름 (17: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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