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4
혼자 독립해서 산 기간이 그래도 십 년쯤 되는데, 요리를 많이 못해봤다. 이십 대 때는 주로 사 먹었다. 삼십 후반부터 조금씩 먹을 걸 해봤지만 떡볶이 정도였다. 엄마는 결혼하면 저절로 하게 되는 일이라며 따로 가르쳐주신 적 없고, 나도 부엌일에 관심 없었다. 그러다 사십 대가 되자 일상적으로 먹는 반찬,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필요에 의해 요리의 기초를 배워보고 싶었다. '내일 배움 카드' 제도를 활용해 요리학원에 등록했다. 출석 80% 이상이면 자기 부담 10%로 부담이 적었다.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등록했다.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주 1회인가 2회 수업이었다.
첫 수업은 칼 쥐는 법, 칼 사용법, 각종 써는 방법을 배웠다. 이후 멸치고추볶음, 두부조림, 나물무침 같은 흔하게 먹는 반찬 만들기와 오징어, 새우, 생선 손질법과 함께 각종 찌개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때 3개월인가 6개월을 배웠는데, 지금까지도 아주 실용적으로 잘 활용한다. 이번에 엄마가 양팔을 사용하시지 못할 때 매일 단품 음식을 만들어 먹고는 했는데 그때 배운 실력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잘 보냈다.
가끔 특별한 음식을 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건 또 다른 영역처럼 느껴진다. 한때 '밀푀유나베'가 유행할 때 만들어본 적 있는데 가족들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닌 색다른 걸 해보고 싶어 쿠킹클래스를 신청했다.
요리교실을 여러 곳 검색하여 깔끔하고 비용도 비교적 합리적인 곳을 발견했다. 메뉴도 좋았다. '조개크림을 곁들인 병어 스테이크'와 '문어 세비체'다. 마곡에 위치한 스튜디오는 회사에서 좀 멀었지만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꽤 빠르다. 요리 수업은 최대 4명이 동시에 들을 수 있는데, 딱 4명이었다. 그중 두 사람은 이미 이 요리교실을 여러 차례 다닌 단골이어서 강사와 친했다.
수업은 강사가 레시피를 먼저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레시피에 있는 식재료를 대체할만한 것들을 같이 알려주며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들로 만들 수 있음을 강조했다. 레시피 설명 후 강사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무척 짧은 시간에 두 가지 요리를 만든 데다 쉬워 보였다.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자신감이 올라갔다. 강사는 예쁜 그릇을 꺼내 플레이팅을 하는데, 보기에 좋아 맛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실제로도 맛있었다. 강사가 만든 음식을 시식한 후 본격적으로 실습에 임했다. 그런데 레시피가 한 번에 하나씩만 보였다. 문어를 손질한 후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매번 프린트물을 확인해야 했다.
겨우 두 가지 음식을 다했다. 그 자리에서 먹을 수도 있고 포장할 수도 있는데 같이 간 후배와 나는 포장하기로 했다. 후배가 바로 회의가 있다고 하여 시간이 부족했다. 만든 음식을 회사로 가져와 시식했다. 병어 스케이트를 데워먹으라 했는데 그릇을 만져보니 미지근해 그냥 먹었다. 먹다 보니 크림 때문에 좀 느끼했다. 강사가 만든 음식은 전혀 느끼하지 않았는데 이상했다. 레시피에 있는 대로 똑같이 계량도 했는데. 세비채 맛은 강사의 것과 거의 비슷했다. 소스로 만들어 여러 요리에 부어 먹어도 좋을 것 같다.
플레이팅을 더 예쁘게 하면 정말 "고급식당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고급진 느낌의 음식이었다.